현대자동차·기아, 버튼 누르면 '스노체인 타이어'로 변신

입력 2023-12-25 16:27   수정 2023-12-25 16:29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추운 겨울에 차 안에서 버튼 하나만 누르면 타이어 안에서 스노체인이 나오도록 한 신기술 ‘스노체인 일체형 타이어’를 개발했다. 향후 상용화되면 운전자가 타이어에 직접 체인을 걸고 다시 걷어내야 하는 번거로움을 없앨 수 있다.

스노체인 일체형 타이어는 열을 가하면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려는 성질을 가진 형상기억합금을 이용했다. 타이어와 휠에 홈을 만들고 그 안에 체인 스트랩을 숨겨둔 구조다. 체인 스트랩의 한쪽은 휠에 고정하고, 다른 한쪽은 형상기억합금과 연결한다. 평소에는 ‘L’자 모양으로 눌려 있는 형상기억합금 때문에 체인 스트랩이 타이어의 홈 안쪽으로 당겨져 있어 눈에 보이지 않고 주행도 방해하지 않는다.

하지만 스노체인이 필요할 땐 버튼 하나로 타이어를 변신시킬 수 있다. 운전자가 차 안에서 버튼을 누르면 형상기억합금에 전류가 흐르면서 열이 더해진다. 그러면 ‘L’자 모양으로 눌려 있던 형상기억합금이 누름대의 저항을 이겨내고 원래의 모양대로 펴지면서 체인 스트랩을 타이어 홈 바깥으로 밀어낸다. 숨어 있던 스노체인이 밖으로 나와 스스로 장착되는 것이다.

기존에도 버튼 하나로 스노체인 효과를 내는 기술이 있긴 했다. 타이어 옆에 달린 전기모터를 작동시켜 눈이 깔린 지면과 타이어 사이에 끊임없이 사슬을 회전시켜주는 방식이었다. 버튼 하나로 스노체인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은 편리하지만 전기모터, 센서 등 여러 부품을 설치해야 해 비용이 많이 들었다. 그 자체로 부피가 크고 무겁기 때문에 지상고가 높고 힘이 센 버스·트럭에만 쓸 수 있다는 점도 한계였다.

스노체인 일체형 타이어는 이런 문제점을 모두 없앴다. 별도의 모터나 동력 전달 장치 없이 타이어 그 자체에 스노체인을 처음부터 장착했기 때문에 비용과 무게, 설치하는 차량의 전고 등 각종 제약이 사라지게 된다.

스노체인을 탈거할 필요가 없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스노체인을 장착해도 지면에 깔린 눈의 깊이가 얕아지면 바로 빼줘야 한다. 귀찮다고 달고 달리면 체인과 차가 손상될 위험도 크다. 더욱이 스노체인을 걸었을 땐 시속 40㎞ 이상으로 주행하면 안 되기 때문에 자주 장착하고 해제해야 한다. 워낙 번거롭다 보니 스노체인을 걸지 않고 달리다가 사고가 나는 일도 적지 않다. 현대차 관계자는 “일체형 타이어 기술은 속도가 높아지면 자동으로 스노체인을 해제하는 기능도 충분히 구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타이어의 마모 정도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는 부수적인 효과도 있다. 타이어가 닳으면 체인 스트랩이 홈 안쪽에 숨어 있을 때도 지면에 맞닿는 느낌이 나기 때문이다. 승차감이 평소와 달라지면 타이어 교체를 검토하면 된다는 설명이다.

현대차·기아는 이 기술과 관련한 특허를 한국과 미국에 출원했다. 향후 안전·성능 테스트를 거쳐 상용화 여부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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