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표 산업은 전자제품, 자동차 등의 완성제품으로 시작해 최근 반도체, 바이오 등으로 높은 기반기술을 요구하는 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 동시에 이런 성장 산업들은 최근 들어 자국 산업 보호주의 물결과 미·중 갈등, 세계 각지의 전쟁 등으로 공급망도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선 해당 산업은 물론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제품을 연구하고 생산할 수 있도록 고성능의 제조장비 국산화도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하지만 제조장비의 국산화 비율은 낮다. 반도체 장비의 국산화율은 20%대이며 ‘장비의 장비’라고 불리는 공작기계(CNC)는 10%를 밑도는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한화그룹의 제조장비 전문업체인 한화정밀기계가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첨단 제조장비 시장에 국산화에 도전하고 있어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화정밀기계는 1977년 첫 CNC 장비 출시, 1989년 칩마운터 장비 사업 진출 등 다양한 기계 부품과 전자기기 부품 제조 전반을 수행하는 한국의 종합 제조 솔루션 전문기업으로 성장했다.
한화정밀기계의 주력 사업인 칩마운터와 공작기계 모두 야마하, 파나소닉, 후지, 시티즌, 스타 등의 굵직한 일본 대기업이 높은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술 혁신과 자동화 솔루션 개발을 통해 올해 글로벌 칩마운터 중속기 세계 시장점유율 1위, 국내 점유율 1위를 달성했다.
이와 함께 칩마운터 기술력을 바탕으로 반도체 시장으로 사업군을 확장, 반도체 후공정 중 패키징 단계에서 사용되는 플립칩본더와 다이본더를 출시, IDM사와 OSAT에도 공급을 시작했다. 한국의 반도체 완성품은 세계 1위지만 반도체 관련 제조 장비는 한국 제품이 아직 크게 영역을 넓히지 못하고 있다. 한화정밀기계가 진출한 후공정 장비 역시 네덜란드 싱가포르 등의 외산이 주도하고 있다. 한화정밀기계는 후발주자지만 국내 반도체 기업들과의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국내외 고객사를 확보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최근엔 차세대 3D 패키징 공정에서 핵심 장비로 사용되는 플립칩본더 장비 SFM5를 공개했다. 높은 생산성과 정밀도로 국내외 반도체 기업들의 이목을 끌었다.
공작기계 분야에서도 일본과 스위스 제품을 수입하던 자동선반을 국내 최초로 개발에 성공했다. 높은 정밀도와 안정성을 요구하는 의료부품 가공전용장비 XM20까지 출시하며 의료기기 시장까지를 사업 범위로 하고 있다.
류두형 한화정밀기계 대표는 “제조장비 국산화는 회사 발전뿐만 아니라 국내 소규모 업체들의 기업 운영에도 큰 영향을 준다”며 “제조장비 국산화를 지속 확대해 한국 기업과 미래 유망 산업을 같이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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