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전자부품업계에 따르면 자동차 전장 시장에 뛰어드는 스마트폰 부품 제조 전문 중견·중소기업이 줄을 잇고 있다. 스마트폰 출하량이 2017년 정점을 찍은 이후 지속적인 감소세인 반면 자동차 부품 시장은 전기차 및 자율주행 트렌드를 앞세운 전장화에 속도가 붙었기 때문이다. 한 스마트폰 부품업체 대표는 “5년 전까지만 해도 스마트폰 부품을 생산한다는 건 지속된 성장이 보장된 것과 마찬가지였다”면서도 “지금은 전기차 시장에 깃발을 꽂았느냐가 생존 여부와 기업 가치 평가의 잣대”라고 했다.
‘전자산업의 쌀’로 불리는 적층세라믹콘덴서(MLCC)가 좋은 예다. 전자제품 회로에 전류가 일정하게 흐르도록 제어하는 기능을 하는 이 부품은 스마트폰 한 대에 800~1000개가량 들어간다. 전기차에는 2만 개가 장착된다. 가격도 스마트폰 등 정보기술(IT)용 대비 최대 10배에 육박해 부가가치가 높다. 이런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할 것이란 기대에 전자부품 업체들이 잇따라 카메라, 통신, 센서, 디스플레이 등 전장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이유로 전장 시장은 2023년 1810억달러에서 2025년 2400억달러, 2028년 3230억달러 규모로 급성장할 것으로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는 내다봤다.
스마트폰 시장은 위축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은 11억3000만 대로 전년 대비 5.7%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시장이 정점을 찍은 2017년(15억6700만 대)과 비교하면 4억2000만 대 적을 뿐 아니라 2014년 13억1800만 대 이후 10년 만의 최저 수준이다.
물량 자체가 감소한 가운데 경쟁이 심화하면서 부품 제조 단가는 지속적으로 떨어져 수익성을 갉아먹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스마트폰 부품사 대표는 “완성품 업체도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협력사 다변화 정책을 구사하기 마련”이라며 “경쟁이 심해도 스마트폰 산업 성장기엔 물량이 받쳐줘 괜찮았지만 시장이 쪼그라드는 지금은 만들수록 적자인 경우도 적잖다”고 했다. 김광수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전기차 시대가 열리면서 전기모터 및 배터리와 자율주행 기술 구현에 필요한 각종 센서,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등 신규 부품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스마트폰에서 입증한 기술력을 응용해 전장 시장에 뛰어드는 기업은 당분간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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