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 중인 서민 삶을 가리키는 지표를 들자면 끝이 없다. 파산 직전의 개인회생 신청 건수만 봐도 9만437건(3분기 말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 늘었다. 연말엔 역대 최대 기록(2014년 11만707건)을 넘어설 전망이다. 재산보다 빚이 많아 상속 포기 신청을 하는 사례가 2만2127건(3분기 말)으로 역시 최고 기록(2022년 2만5679건) 경신이 유력하다. 3개 이상 금융회사에서 돈을 끌어다 쓴 ‘다중채무자’ 규모와 비중도 각각 450만 명, 22.6%로 사상 최대다.
다수 서민 삶의 터전인 중소기업도 악전고투 중이다. 11월 말 법인파산 비율(법인 수 대비 파산신청 건수)은 0.18%로 작년(0.12%)은 물론 코로나 사태 때인 2020년(0.14%)보다 높다. 지난 정부 때 풀린 과잉 유동성에 의존한 사업 상당수가 고꾸라지고 있다는 게 일선 현장의 설명이다.
서민 고통 가중에도 정치는 민생에 뒷전인 채 퍼주기로 내달린다. 소비 확대에 절실한 서비스산업발전법은 12년째 감감무소식이다. 보건·의료 부문을 제외하는 정부의 결정적 양보에도 야당이 ‘사회적기본법 동시 통과’를 주장하며 몽니를 부린 결과다. 그 외 전세사기 등 서민 대상 범죄 근절(특정경제가중처벌법), 금리인하 요구권 강화(은행법), 실거주의무 폐지(주택법) 등 수많은 민생법안이 국회에 쌓여 있다. 그런데도 더불어민주당은 ‘국고 털기’로 변질한 기본소득을 다시 들고나왔고, 여당도 제 역할을 못 한다. 총선이 코앞이라지만 표만 보이고 무너져 내리는 서민 삶은 안 보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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