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 침체가 깊어지는 가운데 토지 매수심리도 한풀 꺾이고 있다. 전국 토지 거래량은 두 달 연속 줄어들면서 9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경기 침체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시장이 꽉 막히는 등 부동산 시장이 부진을 겪으며 투자 유인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발과 교통 호재 등이 있는 지역은 땅값이 올라 주목받고 있다. 반도체 국가산업단지가 조성되는 경기 용인시를 비롯해 각종 개발 호재가 있는 충남 아산, 대구 군위군, 경북 울릉도 같은 지역의 상승률이 두드러졌다.
지역별로 차이는 있다. 서울 토지 거래량은 지난해 10월 8697필지에서 올해 10월 1만3690필지로 늘었다. 반면 경남(1만3870필지→1만95필지)과 경기(3만7352필지→3만5575필지), 강원(8297필지→6804필지) 등은 최근 1년 새 거래량 감소 폭이 컸다.
토지의 경우 주택이나 상업용 부동산 등에 비해 금리 민감도가 높지 않은 편이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도시지역, 관리지역, 농림지역, 자연환경보전지역 등으로 용도가 구분돼 있는 토지는 도시지역 정도를 제외하면 시중은행 대출을 받기가 쉽지 않다”며 “보통 부자가 자기자본으로 투자하는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고금리나 대출 규제 등의 영향이 비교적 덜한 데도 토지 거래가 부진한 건 PF 위기와 경기 침체 등으로 전국 주요 개발 현장이 멈춰 서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개발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미래 기대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땅값 자체는 최근 몇 달 새 오르긴 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 지가 변동률은 10월 0.15%를 기록했다. 작년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는 땅값이 하락했다. 지난 3월 0.008%로 상승 전환한 이후 꾸준히 오르고 있다. 서울 강남권을 시작으로 아파트값이 상승 전환하며 토지 시장도 덩달아 회복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지난달 아파트 시장이 다시 하락세로 접어들면서 땅값 오름세도 둔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업계에 따르면 용인 처인구 이동읍 등에선 최근 토지 소유주가 경매를 취하하고 일반매매로 넘기는 사례가 나타나는 등 이 지역은 강한 매도자 우위 시장이 형성돼 있다. 땅값이 지속적으로 오를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소유주가 매매를 통해 감정가보다 더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해 경매를 취하하는 것이다. 수도권에선 용인 외에 서울 강남구(1.96%)와 경기 하남시(1.10%), 서울 성동구(1.0%) 등의 상승률이 두드러졌다.
비수도권에선 대구 군위군(2.01%)과 경북 울릉군(1.91%), 충남 아산시(1.23%) 등의 누적 상승률이 높았다. 군위의 경우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에 따른 교통망 확충에 대한 기대가 높다. 울릉도는 공항 완공 이후 관광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아산에도 여러 산업시설이 들어서고 있고, 주택 개발도 진행 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토지는 주택 등과 달리 호재 실현 여부가 땅값 상승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지방에선 일자리나 관광 인프라 증가가 땅값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라고 말했다.
김종율 보보스부동산연구소 대표는 “최근 사업이 지연되고 있는 현장이 적지 않은 만큼 사업 주체가 자본력을 갖췄는지 잘 살펴봐야 한다”며 “고속도로IC 개통 예정지 주변이 어디인지, 특정 지역이 공장 설립이 가능한 성장관리계획 구역으로 지정되는지 등도 잘 따져보면 좋다”고 조언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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