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지 업체 모나리자 등을 매각해 ‘인수합병(M&A) 전문가’로 통하는 김광호 KHI 회장(70·사진)은 지난 2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35년간 조선업과 인연이 없었던 그는 산업은행 관리 체제에 있던 케이조선과 대한조선을 각각 2021년, 2022년 잇따라 인수했다. 케이조선 매출은 지난해 6054억원, 대한조선은 6937억원으로 양사 합쳐 1조3000억원에 육박했다.
조선업 호황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중형 조선사는 인력난, 중국과의 경쟁 격화 등으로 적자를 내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도 대한조선과 케이조선의 실적은 눈에 띄게 개선되고 있다. 회사 측은 대한조선의 영업이익을 올해 370억원에서 내년 750억원, 2025년 1300억원으로 늘린다는 목표다. 올해 100억원 규모 영업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되는 케이조선도 내년 흑자 전환(250억원)하고 2025년엔 영업이익을 500억원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실적 개선은 대한조선의 주력 선종인 수에즈·아프라막스급 탱커 신조선가가 올 들어 점차 상승한 데 따른 것이다. 케이조선의 주 품목인 중형 원유 운반선 MR탱커도 최근 가격이 서서히 오르고 있다.
그간 대한조선은 업계에서 ‘돈 떼먹는 회사’로 불릴 정도로 납품 대금조차 제때 지급하지 못했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영업 현금 흐름이 개선되면서 창사 이후 처음으로 차입금도 상환할 계획이다. 김 회장은 “대한조선은 2007년 창립 이후 몇 차례 장부상 이익 외에 실질적인 연간 흑자를 내지 못했지만, 지금은 천지개벽 수준으로 바뀌었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고 말했다.
대한·케이조선의 주력 선종은 중국 조선사가 10~15%가량 저렴하게 제조하는 선박이다. 김 회장은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친환경 연료를 장착한 탱커에 집중할 계획이다. 그는 “원가를 낮추기 위해 중국 기자재 확보, MR탱커 표준화, 액화천연가스(LNG) 이중연료 장착 등을 추진하고 있다”며 “선박 건조에 필요한 선수금환급보증(RG)이 늘어나야 이제 막 살아나기 시작한 중형 조선사들의 실적 개선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김형규/사진=강은구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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