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 1~11월 중동지역 해외 건설 수주금액은 83억8530만달러로, 전체(277억3739만달러)의 30.2%를 차지했다. 태평양·북미(94억4891만달러·34.1%)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기업이 텍사스, 조지아 등에 전기차·배터리 공장을 앞다퉈 지으면서 태평양·북미 지역 수주액이 지난해 동기 대비 172.8% 급증한 결과다.
중동은 국내 건설업계에 ‘꾸준한 효자’로 불린다. ‘중동 붐’이 일어난 1970~1980년대엔 점유율이 90%를 웃돈 경우도 있었다. 2000년대 들어 작년까지 총 23개 연도 가운데 16개 연도에서 중동의 연간 수주액이 다른 권역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1966년부터 올해까지 국내 업체가 해외 건설로 벌어들인 돈은 총 9582억5379만달러다. 이 가운데 50%인 4793억2854만달러가 중동의 ‘오일 머니’다. 나라별 누적 수주액은 사우디(1626억4925만달러)와 UAE(840억8562만달러), 쿠웨이트(489억3554만달러), 베트남(473억2629만달러), 싱가포르(471억3719만달러) 순서다.
중동 건설 시장은 앞으로도 커질 전망이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2020~2024년 사우디 건설시장이 연평균 11.5% 성장할 것으로 관측됐다. 코로나19 엔데믹(전염병의 풍토병화) 이후 주거와 편의시설 수요가 커진 데다 네옴시티 등 대규모 프로젝트 발주가 증가하고 있어서다. 현대건설은 올해 50억7600만달러에 달하는 아미랄 석유화학 플랜트 패키지1·4 프로젝트를 따냈다.
사우디 이외 나라도 건설 수요가 증가할 전망이다. 러시아산 가스와 석유 제재 등으로 중동 국가가 지난해 막대한 수익을 거둬 건설산업 전반에 투자가 가속화할 것이란 관측이다. 이들 나라는 에너지 다각화 차원에서 태양광과 수소 등 재생에너지 인프라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해외건설정책지원센터는 중동지역 건설산업이 올해부터 2027년까지 연평균 4.42%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도 ‘중동 빅3’로 꼽히는 사우디·UAE·카타르를 사업 파트너로 꼽고 제2의 중동 붐을 일으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0월 세 나라를 국빈 방문해 792억달러(약 107조원) 규모의 투자 협력을 맺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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