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들이 고물가·고금리 등 경제 리스크를 완화하는 ‘소방수’ 역할을 맡고 있다. 빚 부담에 시달리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지원하고,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신생 기업을 돕고 있다. 새로운 시장을 찾기 위해 해외로 뻗어나가거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공을 들이며 힘찬 도약에 나선 공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경제 충격 완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지원하는 새출발기금을 운영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이미 부실이 발생한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해서는 상환 능력에 맞게 채무를 조정해주고, 부실이 우려되는 경우는 금리와 상환 기간을 조정한다. 상환 부담을 줄여 영업 회복에 필요한 시간적 여유를 확보하도록 하는 것이다.캠코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관리에도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 부실 PF 사업장 정상화를 돕기 위해 조성한 ‘PF사업장 정상화 지원펀드’가 대표적이다. 캠코는 앵커 투자자로서 자체 자금 5000억원을 기반으로 펀드 운용을 맡을 위탁 운용사 5곳을 선정했고, 운용사는 민간자금을 유치해 지난 9월 1조1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했다. 펀드는 PF 채권을 인수·결집한 다음 권리관계 조정과 사업·재무구조 재편, 사업비 자금대여 등을 통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PF 사업장의 신속한 정상화를 지원한다.
이스라엘·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전쟁이 격화하면서 세계 에너지 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진 가운데 한국가스공사는 안정적인 액화천연가스(LNG) 공급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 카타르 호주 오만 미국 말레이시아 등 7개 국가로부터 장기계약을 맺어 차질 없이 LNG를 도입하고 있다.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난 40년간 공급선 다변화에 노력을 기울인 결과다.
가스공사는 세계 각국의 에너지 기업들과 협력적인 관계를 강화해 필요한 물량을 적기에 확보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있다. 천연가스는 20년 이상의 장기 계약을 통해 필요 물량의 80% 안팎을 확보한 상황이다.
○창업 초기 기업 지원
농업정책보험금융원은 농식품 기업의 초기 자금 마련을 지원하기 위해 크라우드펀딩 지원 사업에 나서고 있다. 크라우드펀딩은 자금을 필요로 하는 수요자가 온라인 플랫폼 등을 통해 불특정 일반인이나 투자자에게서 자금을 모으는 방식이다. 농업정책보험금융원은 전문가가 기업을 직접 방문해 크라우드 펀딩에 관한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기업에 필요한 각종 컨설팅 비용을 지원하거나, 기업이 펀딩에 성공했을 때 중개사에 지급해야 하는 수수료를 보조한다.올해 이런 지원 사업을 통해 추진된 농식품 크라우드펀딩은 422건, 혜택을 받은 기업은 328개에 달한다. 지난 2월부터 12월 현재까지 집계된 펀딩 유치 금액은 약 36억원이다. 농업정책보험금융원 관계자는 “고물가와 경기 불황이 겹쳤지만, 증권형 펀딩 기업은 투자 유치를 확대했고, 후원형 기업은 높은 판매고를 올리는 등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한국전력공사는 대규모 전력망을 확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대부분 선진국은 에너지 자립 안보를 위해 이미 대규모 전력망을 건설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지역 주민과 지방자치단체 등 이해 관계자들이 갈등을 빚으면서 건설이 지연되고 있다. 기존 전력망의 송전용량도 포화 상태에 이르고 있어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다는 분석이다. 한전은 특례법을 제정해 정부 주도의 사업 추진 체계를 구축하고, 국가 필수 전력망에 대한 패스트 트랙 건설 방안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해외 영토 넓히는 공기업
한국수력원자력은 적극적인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해외 시장에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를 선보이고, 협력 중소기업의 해외판로 개척을 지원하는 방식을 통해서다.최근에는 두바이에서 열린 제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i-SMR 기술과 SMR 스마트 넷제로 시티(SSNC) 모델을 발표해 글로벌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이번 COP28에서 인도네시아 전력공사 발전자회사인 누산타라 파워와 인도네시아에 혁신형 SMR을 도입하기 위한 상호협력 양해각서도 체결했다. 요르단 원자력 위원회(JAEC)와도 혁신형 SMR 배치를 위한 상호협력 양해각서를 맺었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ESG 경영에 힘을 싣고 있다. 우선 친환경 선박을 대상으로 금융 할인 요율을 적용해 국적 선사의 친환경 전환을 유도하고 있다. 아울러 친환경 설비 장착을 위한 ‘친환경 설비 개량 특별보증’, 노후 선박 폐선을 통해 운항 효율성을 높이는 ‘친환경 선박 전환 보조금’ 등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 해운업 친환경 데이터베이스(DB)를 수집하고, 해사안전국제협력센터 등 대외 유관기관들과의 협업을 통해 국적선사들의 친환경 규제 대응을 위한 정보 제공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공사 내부적으로는 ‘친환경 릴레이’, ‘바다사랑봉사대’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임직원들이 적극적으로 친환경 활동에 나서고 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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