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장이 내년 출격 대기 중인 신차에 대한 기대로 뜨겁다. 내년 친환경차 시장의 키워드는 ‘저가·중소형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카’다. 완성차 업체들은 올 하반기 침체된 전기차 시장의 분위기 반전을 위해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의 신차를 준비하고 있다. 올해 역대 최다 판매를 기록한 하이브리드카는 내년에도 인기몰이를 이어갈 전망이다.
○‘저가 전기차’ 본격 등판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내년 중소형 전기차 라인업을 대폭 늘려 ‘저가 전기차 시대’를 열겠다는 각오다. 현대차는 국내 경차 시장의 부활을 가져온 인기 모델 캐스퍼의 전기차 버전 ‘캐스퍼 일렉트릭’(가칭)을 내년 하반기 선보인다. 전장 3595㎜, 전폭 1595㎜의 콤팩트한 차체로 작은 차를 좋아하는 소비자에게 어필할 것으로 기대된다.
캐스퍼 일렉트릭은 배터리와 동력계 등 핵심 부품을 앞서 출시된 기아 레이 EV와 공유할 것으로 알려졌다.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와 최고 출력 87마력, 최대토크 14.9㎏·m의 전기 모터를 장착한 레이 EV는 1회 충전으로 205㎞(복합 기준)를 달릴 수 있다. 캐스퍼 일렉트릭은 레벨2 운전자 보조 시스템과 서라운드 뷰 모니터 등도 장착해 운전자 편의 시스템도 풍부하게 제공할 전망이다.
기아의 승부수는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EV3와 준중형 전기 세단 EV4다. 각각 내년 2분기, 내년 말 국내 출시될 예정이다. 기아는 EV3와 EV4의 글로벌 판매 가격을 3만5000~5만달러로 책정했다. EV3는 각종 보조금을 적용하면 3000만원대에 구매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아의 대형 전기 SUV인 EV9이 풀옵션 기준 1억원에 육박하는 가격 때문에 판매에 어려움을 겪은 점을 고려해 가격 부담을 대폭 낮췄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중소형 EV3·4 출시를 시작으로 향후 더 저렴한 엔트리 모델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제공해 전기차 대중화를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차세대 전기차 플래그십 모델이 될 대형 전기 SUV 아이오닉 7 출시 시기를 내년 12월로 잡았다. 당초 내년 7월 출시가 예상됐지만 반년가량 미룬 것이다. 업계에선 경기 둔화와 소비 위축, 비싼 전기차에 대한 수요 감소 등의 추세를 고려해 현대차가 이런 결정을 내린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수입차 브랜드 중에선 볼보자동차코리아가 최근 선보인 소형 전기 SUV EX30가 기대주다. 최근 사전예약에 들어가 내년 상반기 본격적인 고객 인도를 시작한다. 가격은 보조금 수령 시 4000만원대 후반에 구입할 수 있다. 지리자동차와 함께 개발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 SEA-A를 적용해 이전 전기차 모델 C40 리차지보다 최대 2000만원 가까이 가격을 낮췄다.
○하이브리드카 ‘제2의 전성시대’
올해 역대 최다 판매를 달리고 있는 하이브리드카는 내년에도 인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11월까지 국내에서 판매된 하이브리드 차량은 28만3365대였다. 12월 판매량까지 고려하면 올해 하이브리드 판매량은 처음으로 30만 대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사상 처음으로 디젤차 판매도 넘어설 수 있는 기록이다. 국내 신차 시장에서 하이브리드 비중은 17.5%로 전기차(9.2%)의 두 배에 달했다. 세계적으로도 올 1~3분기 하이브리드카 판매 증가율은 42.3%로 전기차 판매 증가율(35.2%)을 넘어섰다.완성차 업체들도 이에 대응해 하이브리드카 라인업을 늘리고 있다. 현대차는 글로벌 베스트셀러 투싼의 부분 변경 모델에도 하이브리드 엔진을 장착했다. 기아 역시 미니밴 시장 최강자인 카니발의 하이브리드 모델을 최초로 내놨다.
올해 신차를 단 한 대도 선보이지 않은 르노코리아자동차는 내년 하반기 중형 하이브리드 SUV인 오로라1(모델명) 출시를 통해 반전을 노린다는 전략이다. 올해 하이브리드카 판매 증가 효과를 톡톡히 본 도요타·렉서스와 BMW 등 수입차업계는 내년에도 새 하이브리드카 모델을 대거 선보일 예정이다.
빈난새/배성수 기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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