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2월 26일 14:21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대형 증권사들이 연초부터 공모 회사채 시장을 문을 두드리고 있다. 기관들이 자금 집행을 재개하는 ‘연초 효과’에 힘입어 투자수요를 선제적으로 확보하겠다는 게 이들의 구상이다. 다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 증권채를 둘러싼 악재가 산적한 것은 부담이다.
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다음 달 30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추진한다. 2년물 500억원, 3년물 2200억원, 5년물 300억원 규모다. 흥행 여부에 따라 5000억원까지 증액이 가능하다. 발행일은 다음 달 17일이다. KB증권, NH투자증권, SK증권, 신한투자증권이 주관사를 맡았다.
KB증권도 회사채 발행에 나선다. 다음 달 발행을 목표로 5000억원가량을 회사채 시장에서 조달할 방침이다. NH투자증권도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주관사단을 선정해 발행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만기가 다가오는 기업어음(CP)과 전자단기사채의 차환을 위해 증권사들이 공모채 시장을 찾는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상반기 발행한 단기물의 만기가 줄줄이 돌아오면서 이를 장기채인 회사채로 대응하겠다는 구상이다.
증권채 시장은 지난 10월 한국투자증권이 1800억원어치 회사채를 발행한 이후 멈춰 있다. 당시 한국투자증권은 2년물 700억원과 3년물 1100억원을 조달했다.
기관들이 자금을 푸는 ‘연초 효과’로 증권채 발행에 따른 조달 부담을 다소 줄일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지난 10월 한국투자증권이 발행한 3년물은 연 5.175%에 금리가 책정됐다. AA급 신용도를 확보한 증권채 3년물이 연 5%대 발행된 건 이례적이다. 증권사 실적 악화 등을 우려한 기관들이 대부분 높은 금리에 매수 주문을 넣은 여파다. 하지만 연초 유동성을 기반으로 투자 수요를 대거 확보하면 다시 조달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게 증권사들의 판단이다.
업계에서는 연초에 등장하는 우량 증권채의 흥행 여부가 다른 증권사들의 회사채 발행을 결정할 가늠자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부동산 PF 부실 등으로 증권채에 대한 기관들의 우려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는 건 부담이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국내 23개 증권사의 PF 익스포저는 23조8000억원에 달한다. 홍콩H지수 연계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여부를 두고 증권사에 대한 금융당국의 조사가 진행 중인 것도 투자심리를 악화할 전망이다.
증권사 신용도 하락세도 본격화하고 있다. 이달 들어 다올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의 신용등급 전망이 잇달아 하향 조정됐다. 신용도가 떨어지면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에 회사채를 발행해야 한다. 내년 전망도 밝지 않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내년 증권업의 사업환경 및 신용도 전망을 모두 ‘부정적’으로 매기고 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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