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한국토지주택공사) 관계자들이 ‘공공주택 공사비 인상’을 요청하는 민간 건설사에 비공식적으로 하는 말이다. 정부가 조정위원회를 구성하면서까지 공사비 인상분을 기존 공공주택 계약에 반영하도록 독려하고 있지만,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게 LH 현장 직원들의 한결같은 입장이다.
공사비 갈등을 빚는 민간 참여 공공주택은 전국적으로 약 4만 가구에 달한다. 이 중 19개 사업장, 1만7680여 가구가 LH 사업장이다. 공사가 멈춰선 지는 1년이 훌쩍 넘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원자재값 급등 등 외부 변수로 공사비가 치솟았지만, 계약상 민간 건설사가 모든 부담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공급난 우려가 커지자 국토교통부는 지난 3월 ‘급격한 물가 변동 등으로 인한 사업비 조정’이 가능하도록 관련 시행 지침을 개정했다. 9월엔 별도 공급 대책을 내놓고 공공기관이 해당 시행 지침에 따라 공사비 인상분을 반영하도록 조정위 운영도 시작했다.
공급난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정부가 하루가 멀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정부의 ‘손’과 ‘발’인 LH는 말이 다르다. 주무 부처인 국토부의 압박에도 LH가 요지부동인 것은 이른바 ‘배임 이슈’ 때문이다. 민간 건설사와 계약 체결 당시엔 ‘물가 변동에 따른 공사비 증액 조항’이 없었는데 이를 정부 지시대로 임의로 조정했다가 나중에 책임을 추궁당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국토부가 개정한 시행 지침은 강제 조항이 아니라 임의 조항이다. 감사원에 의견서도 요청했지만, 원론적인 답변이 오자 ‘소송으로 해결하는 게 안전하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최근 몇 년간 LH가 ‘임직원 땅 투기 사태’와 ‘무량판 구조 사태’ 등을 잇달아 겪으며 보신주의가 지나치게 강해졌다고 지적한다. 현 정부에서 ‘괜찮다’고 하더라도 정권이 바뀌면 또 어떻게 LH가 뭇매를 맞을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내년 이후 심각한 공급절벽이 예고된 상황에서 요지부동인 LH의 태도는 “본업을 도외시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똑같은 리스크가 있음에도 경기주택도시공사(GH),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대전도시공사는 감사위원회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방안을 강구하고 사실상 공사비를 인상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조금이라도 일찍, 많이’ 주택을 공급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게 LH 존재 이유다. LH 직원이 원활한 공공주택 공급을 외면한다면 LH 해체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더 힘을 얻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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