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증권시장 스팩인 NH스팩19호가 합병 대상을 찾지 못해 청산된다. 유가증권시장에 당분간 신규 스팩 상장은 등장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2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NH스팩19호는 합병 대상을 찾지 못해 청산 절차를 밟고 있다. 주당 청산분배금은 약 1만580원으로 추산됐다. 내년 3월 말 스팩 주주에게 분배될 예정이다.
NH스팩19호는 2021년 5월 상장했다. 공모액이 960억원으로 국내 최대였고 11년 만의 유가증권시장 상장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유가증권시장 상장 스팩은 2010년에만 3건 있었는데 모두 합병 대상 기업을 찾지 못해 청산됐다.
적자 기업도 스팩합병이 가능한 코스닥과 달리 유가증권시장은 수익성 요건을 충족하는 흑자 기업만 스팩합병을 할 수 있어 난도가 높다는 평가다. 공모액이 큰 만큼 기업가치가 조 단위에 달하는 기업을 찾아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코스닥에선 피아이이, 크리에이츠 등 4000억원대 기업가치를 노리는 기업이 스팩합병 절차를 밟고 있다.
조 단위 기업가치를 노리는 기업일수록 이해관계자가 많아 설득 작업에 애를 먹었다는 후문이다. NH스팩19호 합병 대상으로 오아시스, 더핑크퐁컴퍼니 등이 물망에 올랐지만 각 기업은 재무적 투자자(FI) 및 기존 상장주관사와의 관계를 이유로 합병을 거절했다. 유가증권시장 스팩이 활성화되려면 다양한 방식의 합병이 허용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미국에선 여러 스팩을 결합해 하나의 회사와 합병하거나, 하나의 스팩에 두 개 이상의 회사를 합병할 수도 있다. 또는 일부 사업 부문을 떼어내 합병하는 등 다양한 인수합병(M&A) 기법이 스팩에 허용된다.
IB업계 관계자는 “합병 전략에 유연성이 확보되지 않는 한 유가증권시장에서 스팩합병의 결실을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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