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질긴 분석으로 정유업계가 받아간 세금 과다 환급분 5000억원을 다시 받아낸 관세주사, 세계 최대 300조원 규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기여한 행정사무관, 전쟁지역 인근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기업의 방위산업 수출을 지원한 서기관….’
어려운 상황에서도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한 공무원 55명이 인사혁신처가 26일 세종시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연 ‘제9회 대한민국 공무원 시상식’에서 상을 받았다. 행사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해 수상자들에게 상장과 훈장을 수여했다. 대통령이 이 행사에 참석한 것은 2018년 이후 5년 만이다. 시상식에는 처음으로 국무위원 전원이 함께했다. 올해는 국민 추천을 통한 후보자 발굴 등의 과정을 거쳐 247명의 후보를 추천받아 민간 전문가 등이 현장실사 등을 해 55명을 선정했다.
녹조근정훈장을 수훈한 홍석구 농림축산식품부 농업사무관은 유제품 소비가 늘어나고 있지만 생산비 연동제 때문에 생산이 늘지 못하는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음용유와 가공유 용도에 따라 서로 다른 가격을 적용하는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도입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홍 사무관은 우유 생산업계와 소비업계 간 견해 차를 좁히기 위해 공청회를 열고 낙농가를 설득하는 등 백방으로 뛰며 노력했다.
어렵고 위험한 업무를 담당하며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공무원도 수상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한정민 서울시 119특수구조단 소방경은 20여 년간 천안함 폭침 사고, 대청도 지뢰 사고, 노량진 배수지 수몰사고 등 여러 대형 재난 현장에서 인명을 구조했다. 필리핀 타클라반 현장 등 국제 구조활동에 일곱 번이나 참여해 옥조근정훈장을 받았다. 오혁진 해양경찰청 창원해양경찰서 경위(옥조근정훈장)는 열악한 조직과 인력에도 불구하고 헌신적이고 끈질긴 수사로 830억원 상당의 기술 유출 사범 9명을 검거한 공을 인정받았다.
국가 경제를 키운 공무원도 포상 대상에 올랐다. 류종민 산업통상자원부 행정사무관(근정포장)은 반도체 국가산업단지를 조성해 투자를 유치하고 반도체산업의 주도권을 확보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마성민 방위사업청 서기관(근정포장)은 전쟁 위험지역을 마다하지 않고 방문하며 역대 최대인 123억달러 규모의 폴란드 방산수출 성과를 올리는 데 일조했다.
이진순 서울세관 관세주사는 정유업계의 비정상 과다 환급 사례를 적발해 연 5000억원에 달하는 국고 누수를 잡아낸 공로를 높게 평가받아 근정포장을 수상했다. 그는 9개월 동안 100여 종에 달하는 원유의 규격별 특성과 업체별 공정 실태를 분석해 과다 환급이 발생하는 원인을 찾아냈다.
수상자에게는 특별 승진과 성과급 최고등급 등의 인사 특전이 부여된다. 윤 대통령은 수상자를 치하한 후 “저 역시 직업 공무원 출신으로 공무원 여러분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현장을 수시로 찾고 국민의 숨소리 하나도 놓치지 않도록 더 귀를 기울여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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