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오후 3시 서울 소공동의 법무법인 광장 사무실. 20년 경력의 베테랑 변호사 이은우 씨(사진)를 만났다. 그는 '일이 힘들다고 느낀적은 없었냐'는 기자의 질문에 "지루할 틈이 없다"며 웃음을 지었다.
▷간단히 자신을 소개하자면.
법무법인 광장에서 일하고 있는 이은우 변호사입니다.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주로 저작권, 상표, 부정경쟁과 관련한 자문과 소송 계약서 등을 검토하고 있어요. 변호사 업무를 시작했을 때부터 저작권 법에 대해 관심이 많아서 지금까지도 이 분야에 대해 공부하고 있죠. 내부 회의나 고객과의 회의를 진행하고 별다른 일이 없으면 의견서를 작성하거나 준비서면(소송당사자가 변론기일에 진술할 사항을 미리 법원에 제출하는 서면)을 작성해요. 변론 기일이 열리는 날에는 평소보다 깔끔하게 옷을 입고 법원에 출석하기도 합니다 (웃음).
▷직업에 만족하는 이유는 뭔가요.
전문가로서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부분이 가장 만족스러워요. 제가 공부한 법이 실제 사례에서 적용되는 부분이 너무 재밌고요.
업무가 조금 어렵기도 한데요. 끊임없이 배울 수 있고, 시간이 지나면서 법이 적용되는 사례 변화나 고객이 관심을 가지는 분야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입니다. 매일 판례 연구도 하고 논문도 찾고 팀원들과 서로 토론하면서 생각을 발전시키는데 번뜩이는 해결책을 떠올렸을 때가 짜릿하고 재밌어요 (하하).
▷수많은 로펌 중에 왜 광장으로 입사하게 됐나요.
제가 관심이 있는 지식재산권 분야에서 국내 최고 수준의 전문성을 보유한 로펌이라는 점에서 마음이 끌렸습니다.
▷업무 분야가 지적재산권인데 어떤 고객이 주로 찾아오나요.
플랫폼, 식음료, 패션, 게임, 음악 등 엔터테인먼트 분야 등 다양합니다. 지식재산의 보호가 중요한 분야나 지식재산권 관련 분쟁에서 도움이 필요한 고객들의 애로사항을 해결해주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지적재산권 분야를 선택하고 공부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어렸을 적부터 음악에 관심이 많았어요. 대학에 가서도 특정 음악에 관한 권리 관계나 사용에 대한 법률 관계를 다루는 저작권법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공부했습니다. 광장에 입사하면서부터는 본격적으로 지식재산권 분야를 접하고 관련 업무를 다루게 됐죠.
▷올해가 입사한지 20년째인데 쉬고 싶었던 적은 없었나요.
같은 조직에 있더라도 매번 하는 일이 바뀌어서 질릴 틈이 없어요 (웃음). 업무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제 역할이 변화하고, 여러 새로운 다른 분들과 팀을 이루어서 일할 수 있어요. 같은 법을 적용하면서도 판결의 흐름이나 고객의 관심이나 상황의 변화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새로운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법무부, 한국저작권위원회 위원 등을 맡고 계신데 무슨 일을 하나요.
법무부에서 운영하는 해외진출 중소기업 법률 자문단에 속해 있습니다. 중소기업의 국제투자, 지식재산권 분쟁과 경제자유구역 등의 외자유치 관련 분쟁에 대하여 법률자문을 제공하고 있어요. 법무부의 요청에 따라 자문단의 자문 위원으로서 중소기업의 의문 사항이나 요청 사항에 대해 자문을 제공하는 업무도 합니다. 저희 회사에 다른 변호사님들도 해외진출 중소기업 법률 자문단에 속하셔서 자문을 제공하는 분들이 여럿 계십니다.
▷실력있는 변호사가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수임한 사건을 치열하게 논의하고 연구하면서 가장 많이 배우는 것 같습니다. 관련된 판례, 논문, 주석, 해외 사례 등을 찾아보고 스스로 고민해보고, 선배나 동료 변호사님들과 논의하면서 다양한 의견을 주고 받고 소통하려는 노력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법무법인 광장 내부에서는 소속 변호사를 대상으로 판례·법령의 흐름이나 변화하는 상황에 대한 여러 내부 세미나를 개최하기도 하고, 외국어 강좌도 여럿 개설하여 변호사님들의 자기 개발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회사의 자체 프로그램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고객 입장에서 능력있는 변호사를 구분해내는 기준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고객의 입장에서 사안의 쟁점이 무엇인지 생각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실질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변호사, 그리고 이를 위한 충분한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변호사라면 좋은 변호사라고 여길 것 같습니다.
▷남다른 성공 전략이 있을까요.
잘 듣고 숙고 하고, 의사 소통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로펌이나 변호사의 도움이 필요한 입장에 놓인 고객의 상황을 잘 경청하고 실제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다각도로 숙고하고 생각하는 것이죠. 그 과정에서 해당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과 협업하고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잘 듣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업무를 잘 수행하는 것 뿐 아니라 직장 생활에서 좋은 동료들과 협업하는 부분에도 도움이 됩니다.
▷지금까지 맡았던 사건 중 어떤 게 가장 기억에 남나요.
심급 별로 결론이 달랐으나 결국 대법원까지 가서 저희가 성심껏 입장 개진하였던 부분이 받아들여지고 승소하였던 사건들이 기억에 남아요. 대법원 공개변론 사건으로 지정되어 변론을 했던 사건도 있었는데 이 때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원심 법원에서 한번 판단이 되었던 부분을 대법원에서 다른 시각에서 보고 판단하실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리서치도 많이 필요하고, 새로운 시각, 새로운 접근 방식에서 사안을 바라 보기 위해 연구도 하고 스스로 많이 숙고하는 시간을 제일 많이 가졌었거든요. 고생 끝에 결과를 얻는 것이라서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변호사로 일하면서 가장 보람있었던 순간은.
주장하고 논리개진하였던 부분이 대법원 판결로 받아들여지고 다른 사건을 해결하는데 선례로 남을 경우 보람이 있습니다. 반대로 많은 일을 진행하여야 하는데 체력이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경우나 여러가지 경우의 수를 고려하여 업무를 진행하는데, 예상을 벗어나는 상황, 결과가 발생하는 경우에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예상하지 못한 위기는 주로 어떻게 극복 하셨나요.
성공하지 못하거나,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 그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고객이 다시 맡겨주시는 경우 더 연구하고 새로운 동료 변호사들의 의견도 들으면서 논리를 개발합니다. 이를 통해 더 좋은 결과가 오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많은 일을 한꺼번에 처리하여야 할 때에는 우선순위를 정해서 하나씩 차례로 처리합니다. 너무 욕심내지 않고 제 상황에서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으로 임하려고 합니다.
▷대형 로펌 변호사로 일하면 장점과 단점은 뭔가요.
법리적으로 숙고해 보아야 할 만한 사건들과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는 사건들을 다룰 수 있는 기회가 많다는 점이 좋아요. 법리에 대해 다각도로 생각하면서 좋은 사람들과 협업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지나치게 바쁠 때가 있다는 점, 이로 인해서 이른바 '워라밸'을 균형있게 맞추기 어렵다는 점이 단점이라면 단점이겠습니다. 그런데 이 부분은 어느 직종이든 바쁘게 일하시는 분들은 공통적으로 말씀하실 수 있는 것 같아요 (웃음).
▷어떤 법조인으로 기억되고 싶나요.
저를 믿고 찾아준 고객에게 기억에 남는 전문성 있는 변호사가 되고 싶어요. 동료들에게는 같이 일하고 싶은 변호사로 기억되면 좋겠습니다.
▷미래를 고민하는 젊은 변호사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빠르게 변하는 시대 상황에서 로펌이나 변호사들도 변화에 적응하고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 스스로는 시대의 변화를 느끼면서, 주어진 상황에서 흥미를 가지고 해 나갈 수 있는 부분, 남들과 다른 자신만의 전문성을 가지고 다른 사람들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보면서 꾸준히 노력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이 과정에서 실망하거나 어려운 부분들은 있을 수 있겠지만, 하지 못한 것 보다는 지금까지 해내 온 것, 노력해 오고 성취한 것에 대해 자신감과 긍정적인 생각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직업 불만족(族) 편집자주
꿈의 직장으로 불렸던 '네카라쿠배(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에서도 매년 이직자들이 쏟아집니다. 직장인 10명 중 7명이 이직을 생각하고 있다고 합니다. 바야흐로 '대(大) 이직 시대'입니다. [직업 불만족(族)]은 최대한 많은 직업 이야기를 다소 주관적이지만 누구보다 솔직하게 담아내고자 합니다. 이색 직장과 만족하는 직업도 끄집어낼 예정입니다. 모두가 행복하게 직장 생활하는 그날까지 연재합니다. 아래 구독 버튼을 누르시면 직접 보고 들은 현직자 이야기를 생생히 전해드리겠습니다. 많은 인터뷰 요청·제보 바랍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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