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 원재료 확대…원가와 균형 찾기 고심하죠”

입력 2024-01-05 06:00   수정 2024-07-09 09:28

[한경ESG] 리딩 기업의 미래 전략 - 롯데웰푸드



롯데제과와 롯데푸드의 합병 법인인 롯데웰푸드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통해 지속가능한 식문화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나아가고 있다. 꼬깔콘·빼빼로 같은 국민 과자는 물론 빙과, 유지식품, 가공품 등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우선 환경적·사회적 요소를 고려해 원재료를 선택하고 지속가능성 인증을 받은 원료 사용을 늘리고 있다. 포장지를 재생 소재로 바꾸고 제품의 환경영향을 평가하기도 한다. 신사업 발굴에도 ESG 요소를 적극 고려 중이다. 곤충 단백질 원료를 연구하는 한편, 최근에는 식물성기름 찌꺼기를 바이오 디젤 원료로 공급하기 시작했다.

환경경영도 강화하는 모습이다. 롯데웰푸드는 204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고, 사용 전력을 모두 재생에너지로 바꾼다. 유통망의 친환경성을 높이기 위해 물류를 포함한 영업용 차량은 2030년까지 모두 무공해차로 전환한다. 최규상 롯데웰푸드 ESG 부문장을 만나 ESG 경영 전반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 합병 이후 ESG 경영에도 변화가 생겼나요.

“2022년 롯데제과와 롯데푸드가 합병한 이후 ESG 경영 모든 부분에서 시너지가 창출되고 있습니다. 생산, 구매, 물류의 효율성이 높아진 덕분에 환경영향을 저감할 수 있었죠. 또 두 회사가 각각 지니고 있던 지속가능성 측면의 강점을 롯데웰푸드가 모두 흡수하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롯데제과에서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통해 공개하던 ESG 관련 정보를 롯데푸드 사업 부문에서도 적용하는 거죠. 지속가능한 원료를 조달하거나 전기차를 도입하는 과정에서도 일정 부분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었습니다.”

- 대표이사 핵심성과지표(KPI)에 ESG를 반영하고 있는데요.

“2022년부터 대표이사의 KPI에 ESG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롯데웰푸드는 수자원 정책, 친환경 원료 구매 실적, 산업 안전, 파트너사와의 협력 등이 주로 대표이사 KPI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생산·구매·마케팅 부문 임원들은 각각 역할에 맞는 KPI가 별도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생산은 수자원과 전기 사용, 구매는 친환경 원료 구매, 마케팅은 친환경 패키징 적용 등이 대표적 KPI죠.”

- 식품 기업 중에서는 비교적 빠른 2040년 탄소중립 달성 목표를 수립했네요.

“저탄소 경제 전환에 대응하는 측면이 큽니다. 204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2023년 4월 RE100(재생에너지 100%)에 가입했습니다. 2030년 사용 전력의 5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고, 나아가 2040년 RE100을 달성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국내외 공장의 옥상에 태양광 설비를 설치할 예정입니다. 천안, 횡성, 김천 등 8개 생산공장에는 이미 태양광발전 설비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다만, 오래된 공장이 많아 당장 모든 공장에 태양광 설비를 갖추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공장을 리모델링하는 과정에서 태양광발전 설비를 설치하는 것은 물론 에너지와 수자원 사용 효율을 높이는 설비도 도입할 계획입니다. 현실적 여건을 고려하면 RE100 달성을 위해 직접구매계약(PPA)과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도 활용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 무공해차(전기차 및 하이브리드차) 전환 속도도 빠릅니다.

“2021년 환경부가 만든 K-EV100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2030년까지 전기차, 수소차와 같은 무공해차로 영업용 차량을 전환하는 캠페인이죠. 2022년 말 기준으로 영업용 차량 전체의 38%를 무공해차로 전환했습니다. 판매, 업무용 차량을 전기차로 빠르게 전환한 덕분에 2023년 3월 K-EV100 상용부문에서 가장 많은 무공해차 전환 대수를 기록하며 환경부 장관상을 수상했어요. 2톤 이상 무공해 화물차의 경우 수급이 아직 불안정한 점은 있지만, 2030년까지는 모든 차량을 무공해차로 전환할 계획입니다.”

- ESG 경영과 관련해 식품업계가 마주한 가장 큰 도전은 무엇인가요.

“투자자들이 지속가능성 인증을 받은 원료 사용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홍콩이나 싱가포르 투자자들은 지속가능한 팜유협의체(RSPO) 인증 팜유의 사용 유무와 비중을 요구합니다. 어떤 투자자는 ESG 경영 검토를 위한 인터뷰를 요청하기도 하죠. 한국보다는 해외 투자자가 ESG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재무팀이 ESG팀만큼 민감하게 ESG 동향을 파악하는 이유입니다. 반대로 ESG팀은 구매팀에 가격이 비싸더라도 지속가능성 관련 인증을 받은 원료를 구매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합니다.”


- 지속가능한 원재료와 포장재 사용 확대에는 어떤 어려움이 있나요.

“지속가능한 원재료와 포장재 사용은 원가와의 싸움입니다. 구매팀에서도 항상 지속가능한 원재료와 원가 사이에서 꾸준히 균형을 찾고 있습니다. 예로, 아이스크림에 들어가는 숟가락을 플라스틱에서 나무로 바꾸면 단가가 40%가량 상승하기 때문에 실무적으로 이러한 재료로 모두 바꾸기는 쉽지 않습니다. 더욱이 유럽의 RSPO 인증 팜유 수입량이 늘고 있어 원료 부분의 가격 변동성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 주로 사용하는 지속가능한 원재료는 무엇인가요.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원재료는 팜유, 커피 원두와 바닐라 빈입니다. 생산 과정의 환경영향뿐만 아니라 인권과 노동 이슈에 민감한 원료들이죠. 특히 식물성기름인 팜유는 저렴한 가격과 높은 생산성으로 식품 제조업계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으나 생산과 유통과정은 지속가능성 이슈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롯데웰푸드는 팜유 수급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 2022년 12월 RSPO에 통합 법인으로 재가입했습니다. 지난해 RSPO 인증을 취득한 팜올레인유 약 100톤을 수입하기도 했습니다. 이 밖에도 환경적·사회적으로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생산한 원료에만 부여하는 인증을 받은 원료 사용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국제산림관리협회(FSC) 인증, 열대우림동맹(RA) 인증, 공정무역 인증 등을 취득한 원료 수급을 늘리고 있습니다.”

- 중대성 평가에서 친환경 포장재도 최우선 이슈로 꼽고 있는데요.

“롯데웰푸드는 2021년 7월 친환경 포장재와 관련한 목표를 ‘Sweet Eco 2025’ 프로젝트를 통해 설정한 바 있습니다. 2025년까지 용기의 플라스틱, 포장재 인쇄용 잉크 사용을 줄이고 식품 부산물 종이 포장재 사용량을 4200톤까지 늘리는 목표를 담았죠. 이를 위해서는 우선 디자인을 단순화해야 합니다. 제품의 마케팅 측면에서는 부정적 효과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을 섬세하게 고민하며 목표를 달성하고 있습니다. 또 식품을 포장하기 때문에 친환경 재료로 대체하기 위해서는 소재의 물성도 고려해야 합니다.”

- ESG 경영과 관련한 신성장 사업 발굴도 중요한데,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기후변화는 리스크임과 동시에 새로운 시장 진출과 사업 확장을 위한 촉매제 역할을 하죠. 롯데웰푸드도 신사업으로 올레오케미칼과 친환경에너지 업사이클링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올레오케미칼은 동·식물성 유지를 원료로 화학제품을 만드는 사업으로 거래처에 납품한 식용유를 다시 수거해 현대오일뱅크에 바이오 디젤 제조 원료로 공급하고 있습니다. 바이오 디젤은 석유 연료와 비교해 제조 과정에서 탄소배출이 적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동시에 식료품 부산물도 줄일 수 있어 자원순환과 환경보호에 도움이 됩니다. 아이스크림이나 커피를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찌꺼기를 지렁이 사료로 활용하거나 보일러 연료로 활용하는 사업도 진행 중입니다.”

- 대체육이나 식물성 제품에도 관심이 큰 것 같은데요.

“롯데푸드는 2019년 식품 대기업 중에서는 처음으로 대체육 제품인 ‘제로미트’를 생산했습니다. 식물성 식문화의 확산과 보다 다양한 가치관을 지닌 소비자에게 제품 선택의 폭을 넓혀주기 위해서죠. 제로미트 함박 스테이크, 너겟 등은 지금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대체육 외 식물성 제품도 만들고 있습니다. 빙과 부문에서는 나뚜루 비건 라인업이 있고, 제빵 부문에서는 브이브레드가 식물성 제품 브랜드입니다. 소비자의 건강한 식습관 형성을 돕는 제품군은 앞으로도 꾸준히 늘려갈 계획입니다.”

- 제품의 친환경성을 개선하는 것도 중요해 보입니다.

“2023년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에 꼬깔콘의 전과정평가(LCA) 진행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꼬깔콘 고소한 맛 하나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자원 사용, 환경영향을 모두 평가하고 공시한 것이죠. 꼬깔콘 67g 제품 하나의 탄소발자국 총량이 0.169kg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꼬깔콘에서 멈추지 않고 스낵, 파이, 아이스크림 등 대표 카테고리별로 환경영향을 분석할 계획입니다. 다만, 개별 제품을 모두 따로 인증받아야 하는 데다 제품의 원재료가 바뀌면 인증 조건이 바뀌는 등 까다로운 부분이 있어 실무적으로 제품 전부의 LCA를 수행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 국내외 공장이 많습니다. 공급망 실사에도 대비할 필요가 있겠네요.

“지속가능한 공급망 구축을 위해 협력사의 ESG 경영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2022년 6월 파트너사 행동 규범을 제정해 공개했고요. 2023년 처음 거래 금액 10억원 이상 주요 협력사를 대상으로 ESG 경영을 진단하고 현장 실사를 했습니다. 2024년에는 진단 대상 협력사를 확대할 예정입니다. 온라인 진단과 현장 실사, 모니터링 과정을 마련해 협력사의 지속가능경영 역량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협력사의 ESG 진단 효과를 높이기 위해 우수 협력사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도 검토 중입니다. 또 공감대를 형성한 주요 식품사, 한국식품산업협회와 힘을 모아 공급망 ESG 공동 관리 사업을 추진할 예정입니다.

- 전사적 ESG 인식 확산을 위해서는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요.

“일하는 방식과 문화를 바꾸고 있습니다. 전자결재를 확대하고 거점 오피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재택근무·자율 좌석제를 도입해 종이 없는 업무 문화를 만들고 있죠. 본사 탕비실 내 다회용 컵을 제공하고 텀블러 사용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직원들이 몸소 ESG를 실천할 수 있도록 독려하기 위해서죠. 2022년부터 ESG 위원회 구성원과 직책자를 대상으로 ESG 개념과 중요성, 사례에 대한 교육을 매년 진행해 업무 전반의 의사결정에 ESG를 고려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 남성 육아휴직제도를 활성화한 대표 기업 중 하나로 꼽히는데요, 실제 어떻게 운용되고 있나요.

“롯데웰푸드는 가족친화제도를 모범적으로 운영하는 기업에 부여하는 여성가족부의 가족친화우수기업 인증을 2014년부터 꾸준히 유지하고 있습니다. 임신, 출산, 육아로 인한 여성 인재의 경력 단절을 예방하기 위한 육아휴직제도를 마련한 덕분이죠. 2017년 이를 남성 직원으로 확대했습니다. 남성도 최소 1개월간 육아휴직을 쓸 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2~3년 전만 해도 영업 부문의 사용률이 조금 떨어졌으나 2022년 기준으로 대상자의 50% 이상 남성이 육아휴직을 사용했습니다. 실제 육아휴직을 사용한 남성은 아이와 유대 관계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말합니다.”

- 업의 특성과 연관된 대표적 사회 공헌 활동을 꼽는다면요.

“아동의 다양한 학습과 문화 체험 그리고 여가를 위한 공간을 제공하는 지역아동센터인 해피홈을 건립하는 사회 공헌 활동입니다. 해피홈 이용 아동을 위한 영양 지원 사업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동에게 종합비타민, 제철 과일, 견과류 등 영양 키트를 제공하고 올바른 건강 지식과 다양한 체육 활동을 지원하는 사업이죠. 해피홈은 빼빼로 수익금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2013년 전북 완주를 시작으로 올해 전남 영광까지 매년 하나씩 지역아동센터를 건립하고 있는 대표 사회 공헌 활동입니다.”

- 2024년에는 ESG 경영에서 어떤 부분에 역점을 둘 계획인가요.

“글로벌 ESG 공시 가이드라인으로 고려 중인,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의 일반 요구사항(IFRS S1)과 기후변화 관련 공시(IFRS S2)에 따라 ESG 정보공개를 진행하고자 합니다. 아직 국내의 ESG 공시기준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향후 가시화될 공시제도에 선제 대응하고 이해관계자의 관심에 부응하기 위해서죠. 2024년 발간하는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는 IFSR의 지속가능성 공시기준을 일부 준용하며, 보다 체계적으로 ESG 정보를 공개할 예정입니다.”

- ESG 경영의 미래를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오늘날처럼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기업의 환경적·사회적책임은 지속될 수밖에 없고, 책임 범위 역시 자사뿐 아니라 공급망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대 흐름에 따라 ‘ESG’라는 용어 자체는 또 다른 표현으로 대체될 수 있겠으나, 지속가능성은 그와 별개로 기업이 안정적 사업 운영과 이해관계자와의 소통을 위해 근본적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라고 봅니다.”



대담=장승규 편집장, 정리=이승균 기자 cs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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