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기업에 박한 IPO시장...토스도 내후년 이후 상장 가능성

입력 2023-12-28 15:52   수정 2023-12-29 15:42

이 기사는 12월 28일 15:5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기업공개(IPO)시장에서 주목받던 이커머스·플랫폼 기업이 상장 문턱에서 좌절하고 있다. 중고차 플랫폼 기업인 엔카닷컴은 적정 기업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시장 상황을 고려해 상장을 미뤘다. 지난달 상장 입찰제안서(RFP)를 배포한 ‘토스’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는 내년이 아닌 오는 2025년 이후 상장하는 전략을 세웠다. 대표 이커머스기업인 컬리, 쓱닷컴 등 적자 플랫폼 기업도 상장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2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엔카닷컴은 지난 9월에 제출한 상장예비심사 신청서를 3개월 만에 철회했다. 공모 후 시가총액 1조원을 목표로 다음 달 코스피 시장에 상장할 계획이었으나 기업가치에 대한 이견으로 상장을 미뤘다. DS단석과 LS머트리얼즈가 ‘따상’을 기록하는 공모주 시장 분위기에서 상장 철회는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표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은 이달 초까지만 해도 올해 한국거래소로부터 심사 승인을 받은 뒤 다음 달 증권신고서를 제출할 예정이었다.

조단위 플랫폼 기업이 상장하기에는 시장 상황이 불확실하다는 분석이다. 지난 18일 국내 주요 증권사에 RFP를 배포한 토스도 오는 2025년 이후에 상장할 의사를 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IB업계 관계자는 “토스는 현재 적자 기업인 만큼 당장 상장하기보다 내년에 증권사와 내부 통제를 준비하고 내후년에 실적이 나오면 상장한다는 전략을 세웠다”며 “과거 플랫폼 기업은 매출액을 기준으로 기업가치를 산정했는데 최근에는 영업이익을 요구하면서 상장이 쉽지않은 상황”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플랫폼 기업은 2021년 저금리로 인한 ‘상장 붐’이 일었을 때 IPO시장의 단골이었다. 쿠팡·카카오페이 등이 플랫폼 기업 등이 매출액을 기준으로 기업가치를 평가받았다. 카카오페이는 EV(기업가치)/Sales(매출액) 배수를 적용해 11조7300억원의 기업가치로 코스피 시장에 상장했다. 현재 시가총액은 6조4000억원대다.

증권사는 당장 수익이 나지 않는 기업의 미래 성장성을 고려해 매출액을 시가총액 등과 비교해 기업가치를 산정한다. 2020~2021년에는 금리인하로 성장주의 기업가치가 상승하면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았다. 당시 카카오페이는 브라질 핀테크업체 페그세구로와 스톤, 미국 AI 핀테크기업 업스타트 등을 비교기업으로 선정했다. 페그세구로 EV/sales 배수는 11.8배, 업스타트는 24.5배 스톤은 24.1배였으나 이후 주가가 급락하면서 페그세구로는 0.27배, 스톤은 1.82배 등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새한창업투자가 토스의 기업가치를 5조원 초반 수준으로 책정해 구주매출 한 바 있다.

한 대형 IPO 관계자는 “제로금리 시절에는 성장성이 큰 기업에 할인율이 적게 들어가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받았다”면서도 “이제는 과거처럼 기업가치를 평가받지 못해 플랫폼 기업이 평가절하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올해 상장한 플랫폼 기업은 도서 플랫폼 밀리의서재와 인플루언서 플랫폼 레뷰코퍼레이션 등에 그친다. 각각 2022년, 2021년 흑자전환에 성공한 뒤 영업이익을 기반으로 기업가치를 평가받았다. 이커머스기업인 컬리는 상장에 도전했으나 지난 1월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어렵다는 이유로 상장을 계획을 철회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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