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부지방검찰청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수민)은 중국 거점의 보이스피싱 조직에 가담해 피해자의 돈을 갈취한 혐의로 조직원 27명을 입건했다고 27일 발표했다. 이 중 20명은 기소됐고 조직 총책임자 등 7명은 추적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조직원들은 2017년 중국 청두와 다롄 등지에서 총책임자 문모씨가 구성한 보이스피싱 조직에 대거 가입했다. 이후 2017년 7월부터 2019년 7월까지 피해자의 계좌가 범죄에 연루됐다는 식으로 속여 58명에게 약 29억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다.
일당은 40대 남성인 총책임자 문씨와 관리책임자, 콜센터 상담원 등으로 구성됐다. 콜센터 상담원들은 쇼핑몰 직원과 경찰, 검사 등으로 역할을 분담해 피해자를 속였다.
이들은 처음 피해자에게 접근하는 과정에서 쇼핑몰 직원인 것처럼 가장했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결제가 완료됐다는 내용의 미끼 문자를 피해자에게 발송한 뒤 피해자로부터 연락이 오면 ‘결제한 사실이 없다면 명의가 도용된 것이니 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신고해주겠다’고 말했다. 그다음 사이버수사대 소속 경찰관을 사칭한 또 다른 조직원을 통해 사건 담당 검사를 연결해주겠다고 했다. 이들은 피해자가 수사기관 등에 신고하더라도 보이스피싱 조직원의 전화로 연결되도록 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또 보이스피싱 조직원이 피해자에게 전화하면 휴대폰에 수사기관 등에서 발신한 것으로 표시되도록 하는 앱을 설치할 것을 유도했다.
악성 앱을 설치한 피해자들은 검사를 사칭한 조직원에게 돈을 전달했다. 이들은 영화 ‘더 킹’의 등장인물인 ‘한강식 검사’ 등을 사칭하기도 했다. 이후 피해자 계좌가 범죄에 이용되고 있으니 잔액을 국가안전 계좌로 송금하면 수사 종료 후 반환해주겠다며 돈을 뜯었다.
이 사건은 2018년 일부 조직원이 검거돼 수사가 시작됐다가 증거불충분으로 사실상 미제로 남았었다. 합수단은 지난 1월 재수사에 착수, 휴대폰 포렌식 자료 분석과 인터넷프로토콜(IP) 추적 등을 활용한 재수사로 조직원들의 구체적인 범행 가담 사실을 밝혀냈다. 이번 재수사로 합수단은 나머지 조직원도 모두 특정해 추적 및 검거했다.
검찰 관계자는 “한국에 있는 콜센터 직원 3명은 곧 검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중국에 있는 4명에 대해서도 인터폴 적색수배를 의뢰해 강제 송환 절차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