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업계에 따르면 중동은 국내 건설사의 전통적 ‘캐시카우’이긴 하지만, 법령이나 문화 차이에서 오는 리스크도 있어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랍에미리트(UAE)와 카타르 등 다른 나라에도 사우디제이션과 비슷한 현지화 정책이 있다. 유능한 현지 파트너십을 잘 갖추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문화 차이를 고려해 현지 무슬림 인력의 근무 환경도 마련해줘야 한다. 중동 근무 경험이 있는 한 관계자는 “현장에 기도실을 마련하고, 라마단 기간에는 통상 이른 아침부터 점심시간까지만 일하는 방식으로 단축근무를 시킨다”고 설명했다. 언어 장벽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축 설계나 건설사업관리(PM) 부분은 특히 발주처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는 게 중요하다”며 “언어 차이로 발주처의 정확한 니즈를 파악하지 못하기도 한다”고 했다.
자칫 발주처와 마찰을 빚어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공사비 추가 인상분이 발생했을 때, 이 비용 대납을 둘러싼 갈등이 특히 많은 편이다. 분쟁 발생 때 소송보다 중재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게 국내 건설업계에 더 유리하다는 평가다. 현지 법원 소송은 아랍어로 진행돼 계약서 등 증거서류를 다 아랍어로 바꿔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이조섭 법무법인 화우 선임외국변호사는 “중재의 경우 중재인을 (분쟁) 당사자가 선임하는데, 건설 프로젝트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사람을 중재인으로 뽑아 시공사 입장을 충분히 밝힐 수 있는 게 장점”이라며 “일부 국가는 중재 합의할 때 정부 측 추가 승인이 필요하다는 규정이 있어 이 부분을 발주처에 확인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대금 미지급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선 정부 단독 발주보다 투자개발형(PPP) 방식의 프로젝트에 참가하는 게 더 안전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동에선 PPP 방식이 확대되는 추세다. 해외건설정책지원센터에 따르면 사우디는 민간 투자 유치를 확대하기 위해 최근 민간부문참여법(PSP)을 제정했다. 카타르는 병원과 학교, 하수처리 사업 등을 중심으로 PPP 발주를 늘리고 있다.
이인혁/심은지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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