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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대형 기술기업)들이 올해 인공지능(AI) 스타트업에 쏟아부은 금액이 투자를 본업으로 하는 벤처캐피털(VC)들의 총 투자액을 크게 앞지른 것으로 집계됐다. 작년 말 오픈AI의 챗GPT 공개로 촉발된 생성형 AI 열풍 속에서 빅테크들이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주도권 장악에 나서는 모양새다.
27일(현지시간) 시장조사업체 피치북 자료에 따르면 올해 신생 AI 업체들이 조달한 자금 270억달러(약 35조원) 가운데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등 빅테크들이 투자한 금액이 3분의 2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빅테크는 오픈AI가 지난해 11월 챗GPT를 선보인 이후 AI 투자를 크게 늘렸다.
반면 실리콘밸리의 전통적인 기관 투자자인 VC들은 고금리 등으로 유동성이 악화하자 지출을 대폭 줄였다. 기존에 투자한 기업들의 평가가치 하락도 VC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게 만들었다. 미국 VC 인덱스벤처스의 니나 아차지안 파트너는 "지난 한 해 동안 빅테크들이 오픈AI와 코히어, 앤트로픽, 미스트랄 등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 부으면서 AI 시장은 소수의 기초 모델을 중심으로 빠르게 통합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빅테크에 비해 자본력이 약한) VC의 경우 (적은 자본으로 투자가 가능한) 초기 단계에 투자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이 기술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했다"며 "구글 딥마인드나 메타 등에서 AI 사업부가 어떻게 스핀아웃(분사)하고 있는지 등을 파악해야 했다"고 덧붙였다. VC가 실기(失期)하는 사이 빅테크들의 전폭적인 투자로 AI 스타트업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는 설명으로 풀이된다.
오픈AI의 기업가치는 현재 860억달러로 추정되는데, 이는 올초 대비 3배 오른 것이다. 또 다른 VC 태피스트리의 패트릭 머피 파트너는 "나름 자금력을 갖춘 VC들조차 AI 스타트업들을 빅테크를 몰아낼 새로운 도전자로 키우기 어렵게 됐다"고 했다. 오픈AI 최대 주주인 마이크로소프트는 AI 스타트업 투자를 꾸준히 늘려 온 대표적인 빅테크다. 오픈AI에 지난해 30억달러, 올초 100억달러를 투자한 데 이어 올해 6월엔 인플렉션 AI에도 13억달러를 투자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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