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톨릭의 원로' 정의채 몬시뇰 98세로 선종

입력 2023-12-28 09:45   수정 2023-12-28 09:47



천주교 서울대교구 정의채(세례명 바오로) 몬시뇰이 지난 27일 오후 5시15분 노환으로 선종했다. 향년 98세. 몬시뇰은 교황이 부여하는 칭호로, 주교품에 오르지 않은 가톨릭 고위 성직자를 의미한다. 정 몬시뇰은 2005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로부터 이 칭호를 받았다.

1925년 평안북도 정주군에서 태어난 정 몬시뇰은 1953년 사제수품을 받았다. 부산 초량본당과 서대신본당에서 보좌신부로 사목한 뒤 로마 우르바노대학교 대학원에서 유학, 철학 석·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1961년부터 1984년까지 가톨릭대 신학부(현 가톨릭대 성신교정) 교수로 지내며 부학장과 대학원장을 역임했다. 불광동본당·명동본당 주임신부를 지낸 후 다시 학교로 복귀해 학장(당시 총장)을 맡으며 후학 양성에 힘썼다.

가톨릭 교회의 원로 역할을 해왔다. 한국 사회를 향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1987년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로부터 ‘신은 있는가’‘삶은 왜 고통스러운가’ 등 24가지 질문을 받아 답변을 준비했으나 이 창업주의 별세로 전하지 못한 일화도 유명하다. 1991년에는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상했다.

1992년부터 2009년까지 서강대에서 석좌교수를 지냈고, 2005년 몬시뇰에 임명됐다. 올해는 정 몬시뇰이 사제수품을 받은 지 70주년이 되는 해다.

저서 및 역서로는 <형이상학>, <존재의 근거 문제>, <삶을 생각하며>, <사상과 시대의 증언>, <현재와 과거, 미래를 넘나드는 삶>, <모든 것이 은혜였습니다>, <철학의 위안>, <중세 철학사> 등이 있다.

빈소는 주교좌 명동대성당 지하성당에 마련되며, 조문은 28일 오전 11시부터 가능하다. 장례미사는 30일 오전 10시 명동대성당에서 교구장 정순택 대주교와 사제단 공동집전으로 봉헌된다. 장지는 서울대교구 용인공원묘원 내 성직자 묘역이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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