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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 정부가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 대비 49%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내년 3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심을 달래기 위한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튀르키예 물가상승률이 50%를 웃돌고 있어서다. 임금 인상으로 인해 초(超)인플레이션 사태가 촉발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2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베다트 이시칸 튀르키예 노동부 장관은 이날 앙카라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내년 월 순수 최저임금이 1만 7002리라(약 75만원)로 책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6월(1만 1402리라) 대비 49% 증가한 수치다. 올해 1월(8500리라)에 비해선 100% 올랐다.
최근 1년 새 튀르키예는 최저임금을 두 차례 인상한 바 있다. 물가 상승세가 가팔라지면서 생계비가 치솟은 데 따른 조치였다. 이번 결정도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인상이라는 게 튀르키예 정부의 해명이다. 이시칸 장관은 "노동자들이 인플레이션에 짓밟히지 않도록 한다는 약속을 지켰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튀르키예 정부가 내년 3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정책을 펼쳤다는 비판이 나온다. 앞서 지난 5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지방선거 승리에 주력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당시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 여세를 몰아 야당에 빼앗긴 수도 앙카라와 최대 도시 이스탄불을 탈환하겠다"고 밝혔다. 튀르키예는 내년 3월 31일 전국 지방선거를 치른다.
선거에 앞서 노동자 계층과 중산층의 환심을 끌려는 정책이라는 비판이다. 튀르키예 인구 8600만여명 중 3분의 1이 최저임금을 받고 있다. 또 이번 인상으로 인해 내년 연봉 협상의 기준점도 상향 조정된다. 2021년부터 이어진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실질 구매력이 떨어진 중산층의 마음을 돌리려 했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튀르키예 정부가 악수를 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임금 인상으로 인플레이션이 더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지난달 튀르키예 물가상승률은 연 62%를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85%에서 완화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미국 월가 투자은행(IB)들은 임금 인상으로 인해 튀르키예가 통화 긴축을 더 강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적완화를 고수하던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 5월 재선에 성공한 뒤 강력한 통화 긴축 정책을 펼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최저임금 인상률이 40~50%를 웃돌게 되면 중앙은행이 금리를 예상보다 더 인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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