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두바이에서 열린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를 계기로 ‘재생에너지 3배’가 새로운 글로벌 기후 대응 목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COP28에 참석한 118개국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을 2022년 대비 3배로 늘리는 데 합의했습니다. 한국도 서명에 동참했습니다. 재생에너지 3배 확대는 지난해 9월 인도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와 11월 미중 정상회담에서도 강력한 지지를 얻은 바 있습니다. 비록 구속력 없는 서약이지만, 전세계가 참여하고 각국이 이행해야 할 구체적 목표를 명확하게 제시해 재생에너지 비중이 낮은 우리나라로서는 만만치 않은 숙제를 받아든 셈입니다.
그러면 2030년까지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3배 확대가 실제로 가능할까요. 2021년 기준 국내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은 29.1GW로, 서약대로라면 2030년까지 이를 87GW 수준까지 끌어올려야 합니다. 이는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제시한 2030년 목표 설비용량 69.8GW를 웃도는 수치입니다. 기존 정책으로는 재생에너지 3배 달성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뜻합니다. 먼저 현 정부 출범 이후 하향 조정된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를 다시 상향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재생에너지 설비 증가율은 연간 10% 수준으로 뚝 떨어졌습니다. 고금리 영향도 있지만, 재생에너지에 우호적이지 않은 정부의 정책 방향도 원인으로 꼽힙니다.
재생에너지 3배 확대는 기업에는 반가운 일입니다. 글로벌 고객사의 요구 등으로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고 싶어도 마땅한 공급처를 구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한경ESG〉가 녹색 전환 우수 기업으로 선정한 ‘한국 GX200’(hankyung/esg/gx200) 기업의 평균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은 6.8%에 불과합니다. 대부분 한 자릿수로 10%를 넘긴 곳이 드물 정도입니다. RE100(재생에너지 100%)은 불가능한 꿈처럼 보입니다. 기업들은 재생에너지를 대량으로 장기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전력구매계약(PPA)을 찾고 있습니다. 그러나 PPA가 도입된 2021년 이후 실제로 계약이 체결된 것은 17건에 그치고 있습니다. 확산을 어렵게 하는 제도적 걸림돌도 남아 있지만, 재생에너지 개발 프로젝트 자체가 부족한 것이 더 큰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최근에는 글로벌 기업의 심상치 않은 행보가 우려를 자아냅니다. 지난해 12월 아마존은 60MW 규모의 PPA를 국내에서 체결했습니다. 역대 PPA 중 두 번째 규모입니다. 가장 큰 계약을 가져간 것은 바스프(80MW)입니다. 지난해 만난 에너지 컨설팅업계 전문가는 글로벌 기업들이 국내에서 PPA건을 공격적으로 찾고 있다며, 자칫 국내 대기업들이 더 큰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재생에너지 3배 확대’가 국내 재생에너지 정책의 전환점이 되길 기대합니다.
장승규 기자 mtpoem@hankyung.com
* 2023년 12월 13일 기아와 현대건설은 국내 최대 규모인 219MW PPA를 체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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