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2월 28일 15:01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유동성 위기를 겪던 태영건설이 결국 워크아웃(기업구조 개선 작업)을 신청했다. 134조원에 달하는 대출이 투입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에 대한 구조조정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28일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내년 3분기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금융권 태영건설 PF 보증물은 7380억원으로 집계됐다. 태영 보증물 전체 규모(1조1878억원)에서 태영건설과 계열사가 직접 채무 인수에 나선 4498억원을 제외한 값이다. 차주가 갚지 못하면 태영건설이 채무 인수를 해야 하는 금액이다. 태영건설의 순차입금은 9월 말 기준 1조7436억원이다. 주요 채권은행은 산업은행(2001억원), 국민은행(1600억원) 등이다.
태영 60곳 사업장 ‘기로’…브릿지론 헤어컷 이뤄질듯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함에 따라 태영 PF 보증물은 사업장별로 기로에 설 전망이다. 태영건설 관련 PF 사업장은 9월 말 기준 총 60곳이다. 준공을 앞뒀거나 우량한 사업장은 영향이 미미할 수 있으나 개발 초기 단계인 브릿지론 사업장 18곳은 공매로 넘겨 헤어컷(채무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시공사를 바꾸는 방식으로 개발 진행이 가능하지만 공사비 급등으로 현 시점에 새로 들어올 시공사가 나타날지 미지수다. 태영건설이 시공사로 참여하는 부천 군부대 이전 사업이 대표적이다. 태영건설은 현대엔지니어링에 해당 사업장을 넘기려 했으나 추가 사업비가 대거 투입될 것으로 예상돼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태영건설을 지원했던 증권사들은 추후 담보권을 실행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3월 경북 경주 루나엑스CC를 담보로 28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태영건설을 지원했다. KB증권과 하나증권은 태영건설의 서울 여의도 본사 사옥을 담보로 1900억원을 빌려줬다.
16위 건설사 워크아웃 여파…134조 PF 대출 구조조정
금융회사들은 이번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이 부동산 PF 시장에 미칠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시공능력순위 16위인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에 따라 다른 건설사 자금 융통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단 관측 때문이다.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금융권 PF 대출 규모는 134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2020년 말 92조5000억원에서 매년 10조원 이상씩 불어난 결과다. 특히 캐피탈사 등 여전사나 증권사처럼 중·후순위에 들어간 대주단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전사와 증권사의 PF 대출 잔액은 각각 26조원, 6조3000억원이다.
금융당국이 PF 구조조정 연착륙에 나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 종합 대응반 산하에 금융시장반을 두고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다. 금융시장반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산업은행 등으로 구성됐다.
또 정부는 워크아웃 신청으로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건설사 발행 회사채, 기업어음(CP)과 건설사 보증 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에 대한 차환 지원 프로그램을 확대 시행하기로 했다. 또 PF ABCP를 장기 대출로 전환하기 위한 보증 프로그램도 증액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간 당국이 부실을 막아왔으나 이번 사태를 맞아 경·공매에 넘어가는 구조조정이 이어질 것”이라며 “태영 뿐만 아니라 유동성이 어려운 건설사들도 연쇄적으로 넘어가게 되면 시장이 완전히 얼어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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