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수학 선진국이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자)의 나라’라는 건 아이러니다. PISA에서 수학 성적을 6등급으로 나눴을 때 상위권 비율은 22.9%, 최하위 6등급 비율은 16.2%였다. 하위권 비율은 2009년에 비해 두 배로 늘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학생들의 양극화 정도를 나타내는 분산추이도는 98.1%로 OECD 최고였다. 수학을 잘하는 학생도 많지만 수포자가 많다는 얘기다. 고학년이 될수록 수포자가 늘어나는 것도 문제다. 자신을 수포자로 생각한다는 비율이 초등 11.6%, 중학교 22.6%, 고교 2학년 32.3%라는 조사 결과도 있다.
교육부가 현재 중2 학생들이 치르는 2028학년도 대입 수능시험에서 ‘심화수학’(미적분Ⅱ·기하)을 빼기로 해 논란이다. 이공계 학생도 문과 수준의 수학 시험만 보게 한다는 것으로, 학력 저하와 그에 따른 첨단 과학기술 인재 양성 차질이 우려된다. “미적분을 모르면 인공지능의 기본 원리도 가르치기 어렵다”는 학계 지적이 벌써부터 나온다. 교육부의 설명대로 학생의 학습 부담과 학부모의 사교육 부담이 준다는 보장도 없다.
하지만 “수학은 지옥”인 학생들에겐 이번 조치가 복음일지도 모르겠다. 수학이 필요한 전공과목을 택할 게 아니라면 모든 학생이 수학 때문에 머리를 싸매야 할 이유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대부분 사람은 평생 미적분이나 기하, 벡터를 몰라도 사는 데 지장이 없다. 오죽하면 “수학 공부 않을 권리를 달라”고까지 하겠나. 수학 잘하는 학생을 필요한 만큼 뽑을 수 있도록 대학에 학생 선발권을 온전히 돌려주는 것이 ‘수학 지옥’과 ‘수학 필수’의 균형을 찾는 길 아닐까.
서화동 논설위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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