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특검법이 수사 대상으로 삼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김건희 여사가 윤석열 대통령과 결혼하기 전에 벌어졌다. 권력형 범죄를 수사한다는 특검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해당 사건이 문재인 정부의 추미애·박범계 법무부 장관 시절 19개월간 수사가 이뤄졌다는 점도 문제다. 검찰은 3년8개월간 50여 곳에 대한 여섯 차례 압수수색, 150여 명에 대한 조사를 벌였지만 김 여사를 기소하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가 윤 대통령 편을 들었거나 무능했다는 이야기냐”(임이자 국민의힘 의원)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여기에 대해 야권은 “김 여사는 당시 검찰총장의 부인이었기에 검찰이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본회의를 통과한 특검법에는 여러 독소 조항도 담겨 있다. 여당을 제외하고 야당만 특별검사 후보 2명을 추천하도록 한 것이 대표적이다. 여야에 동등한 특검 후보 추천권을 주는 기존 특검법과 비교해 편향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별검사의 권한이 과도하게 커 수사 대상을 특정 사안으로 제한해온 특검법의 관례와도 배치된다. 김건희 특검법 2조 3항은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사건’까지 수사하도록 해 김 여사 관련 사안은 무한정 확대 수사할 수 있도록 못 박았다.
법안 처리 직후 대통령실은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지만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여당에는 추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거부권이 행사된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 재상정되면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이 동의해야 최종 처리된다. 현재 국회 재적 의원은 298명으로 111명의 국민의힘 의원 중 11명이 이탈해 특검법에 찬성할 경우 거부권 행사와 상관없이 특검법이 시행된다. 총선을 목전에 두고 공천에 탈락한 여당 의원들이 찬성표를 던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대규모 공천 쇄신을 예고하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여당의 ‘반란표’로 김건희 특검법이 처리되면 여권은 총선을 앞두고 분열하게 된다.
총선 결과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민주당도 각종 사법 리스크에 시달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당장 이재명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에 대한 1심 판결이 내년 초에 나올 가능성이 있다. ‘돈봉투 의혹’으로 구속기소된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에 대해 28일 4년2개월의 징역형이 확정되기도 했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총선까지 4개월간 각종 이슈가 추가로 제기될 전망인 만큼 김건희 특검의 파괴력이 지금 우려할 만큼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경목/전범진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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