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난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당의 분열을 막고 문제를 수습할 책임과 권한은 모두 대표에게 있다”고 말했다. 이낙연 전 대표의 신당 창당을 막으려는 이 대표의 시도에도 ‘이재명 사당화’를 우려하는 당내 목소리를 재확인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전 총리는 이날 이 대표와 서울 종로구에 있는 한 식당에서 비공개 오찬을 하며 당내 현안을 논의했다. 여기서 정 전 총리는 이 대표를 향해 “단합이 총선 승리를 위한 필요조건”이라며 “현애살수(懸崖撒手)의 결단을 하면 민주당과 대표에게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고 권칠승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현애살수는 낭떠러지에서 쥐고 있는 손을 떼야 한다는 사자성어다. ‘이 전 대표의 신당 창당 결행에 따른 내분을 피하기 위해선 이 대표가 나서서 용단을 내려야 한다’고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권 수석대변인은 “(정 전 총리가) 통합 비상대책위원회 전환과 2선 후퇴 등을 콕 집어서 얘기하지 않았다”며 “(그것들과) 과감한 혁신은 거리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전 대표를 포함한 비명(비이재명)계가 지속해서 요구해 온 쇄신안과는 다른 대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오찬에서는 이외에 이 대표가 선거제 개편에 대한 입장을 빨리 결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 전 총리는 “공천을 둘러싼 당내 분열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쓴소리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정 전 총리의 이야기를 경청한 뒤 “혁신과 당의 통합을 위해 대표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 구체적인 혁신 방향에 대해선 말을 아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20일 김부겸 전 총리도 만났다. 김 전 총리는 “이 대표가 당의 단합과 혁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25일 열린 민주당 동교동계 송년회에선 “계파 갈등으로 당이 깨지도록 놔둬선 안 된다”는 비판이 나왔다.
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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