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떠난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대화할 수 있다면 어떨까. 엄마를 위한 특별한 크리스마스카드를 만들기 위해 죽은 아버지의 목소리를 인공지능(AI)으로 부활시킨 한 20대 남성의 이야기가 온라인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최근 미국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27세의 필립 윌렛이 틱톡에 올린 게시물은 56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그는 "올해 크리스마스에 엄마를 위해 특별한 일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윌렛의 부친은 2022년 췌장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영웅'을 기리기 위해 독특한 일을 하고 싶었다면서 AI를 활용해 부친을 부활시키기로 했다고 말했다.
윌렛은 처음에 이러한 생각이 이상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지만, 많은 사람이 죽은 이들과 디지털 방식으로 소통하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발견하고는 결국 이를 실천하기로 했다.
윌렛은 부친의 목소리가 담긴 음성 파일을 텍스트 음성 변환 소프트웨어에 넣었다. 이렇게 그는 아버지의 목소리, 어조를 구사하는 AI 성우를 만들어냈다. 그는 "프로그램에 실제로 처음으로 넣은 말은 '안녕, 자기야'였다"며 "고인이 된 아빠가 그런 말을 하는 것을 몇 번이나 들었는지 모르겠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고 회상했다.
이후 그는 부친의 목소리를 사용해 디지털 크리스마스카드를 만들었다. 마치 그의 아버지가 휴일에 집에 있는 듯한 느낌으로 카드를 제작한 것이다.
영상에서 윌렛은 아버지의 목소리가 담긴 크리스마스카드를 어머니에게 건넸다. 카드를 열자 "안녕? 자기야. 사랑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윌렛의 엄마는 오랜만에 듣는 남편의 목소리에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AI 성우는 "난 당신의 기도를 들어. 당신이 우리 아이들에게 최고의 엄마라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어"라고 말을 이었다. 이어 "당신은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여성이야. 나는 항상 당신과 함께야. 모두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내길"이라고 말했다.
음성이 끝나자 엄마는 일어나서 아들과 진한 포옹을 나눴다. 윌슨은 "아빠를 그리워했던 엄마가 연휴를 보내는 게 일이 더 수월해졌다. 엄마 곁에 아빠가 늘 함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으니까"라고 첨언했다.
AI로 만들어진 제작물이 각종 사건·사고를 일으키자 망자를 AI로 소환하는 일에 대한 비판도 끊이질 않는 상황이다. 특히 사망한 사람의 초상권이나 사기 등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뉴욕포스트는 전했다.
그러나 이번 영상만큼은 비판보다는 호평이 이어지는 분위기다. 영상을 접한 누리꾼들은 "너무 아름답다",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사람이지만 눈물이 흘렀다", "울 줄 알고 봤지만, 끝까지 다 봤다. 이 영상이 널리 알려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2년 전 아버지를 췌장암으로 잃었다.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아버지의 목소리가 너무 그립다", "나도 아빠와 형제를 최근 잃었다. 엄마에게 나도 똑같은 일을 해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등 반응을 보였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