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 8개월 동안 질질 끌어”...스팩 규제 강화에 기업들 ‘울상’

입력 2024-01-02 11:31  

이 기사는 01월 02일 11:31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이 스팩 상장 심사를 강화하고 있다.

2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바이오기업 노브메타파마는 지난 7월 스팩소멸합병방식으로 상장예비심사신청서를 제출했으나 거래소로부터 두 번째 심사 연기 통지받아 내년 2월까지 심사가 연기됐다. 거래소의 심사 규정 영업일인 45일을 넘어섰다.

노브메타파마는 8년 전 코넥스에 상장해 이전상장이라는 점과 매출 실적 추정 등을 수차례 거래소에 설명했으나 진척이 없다. IB업계 관계자는 “지난 7월 ‘현미경 심사’ 논란이 일자 금감원이 IPO 본부장을 소집해 신속심사를 하기로 했으나 ‘파두사태’가 터지자 심사 잣대가 다시 엄격해졌다”고 말했다.

스팩제도는 우회 상장제도로 스팩 발기인과 기업 간 합병을 통해 코스피·코스닥 시장에 입성할 수 있도록 만든 제도로 2009년 국내에 도입됐다. 미국에서는 거래소의 심사없이 합병 및 상장이 가능하지만, 국내에서는 거래소의 심사를 통과해야 상장할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

최근에는 거래소와 금감원 등에서 일반 상장 수준의 자료들을 요구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금융당국이 합병 증권신고서에 향후 매출액이 어떻게 될지 시나리오별로 추정해 자세하게 정리한 자료를 요구하는 게 가장 대표적인 예다.

지난 23일 정정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사피엔반도체의 경우 제품매출액을 계약단계에 따라 성공률을 로우(40%) 미디엄(75%) 하이(100%) 등 3단계로 구분해 향후 매출액을 추정했다. 사피엔반도체는 당초 내년 디스플레이 패널 반도체 AR/MR매출을 92억9500만원으로 추정했지만, 성공률을 반영해 매출액 추정을 다시 계산해 63억8000만원으로 기재했다

금감원은 스팩합병의 가치평가를 맡는 회계법인과 간담회를 열고 내년 1분기부터 기업공개(IPO)의 공모가 산정 시 영업실적추정을 기재하는 등 합병 증권신고서 요건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파두사태’ 이후 매출액이 들쑥날쑥하고 영입손실이 나오는 기업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는 차원이다.

거래소와 금감원의 깐깐한 심사로 스팩제도를 활용한 기업의 상장 일정이 밀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올해 33개 기업이 스팩 합병상장을 신청해 10곳이 심사 도중 철회했고, 7개 기업이 영업일 기준 45일 넘어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IB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의 심사 강화로 내년 스팩합병 상장이 위축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스팩 상장 기업의 공시작성 양식을 개정하고 심사를 강화해 심사일정이 연기되는 경우가 늘 것”이라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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