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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하지 않고 연간 10억달러(약 1조2900억원)를 번다"
스티브 발머(사진) 마이크로소프트(MS) 전 최고경영자(CEO)가 올해 MS의 주식 배당금으로 10억달러를 받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미국 주요 외신들은 이렇게 평가했다. 빌 게이츠에 이어 MS를 이끌었던 발머는 재직하는 30여년 간 MS 주식을 대량 확보해 돈방석에 앉은 인물이다.
발머는 마지막으로 소유권을 공시한 2014년 기준으로 MS 주식 3억3320만주를 갖고 있었다. 이 회사 지분 4%에 해당한다. MS는 2003년부터 배당금을 지급하기 시작한 이후 배당금을 계속 늘려왔다. 발머 역시 이 혜택을 누렸다.
발머는 MS의 2인자이자 게이츠의 오른팔로 불렸던 인물이다. 1956년 디트로이트에서 스위스 이민계 출신의 집에서 태어난 그는 하버드대에서 게이츠를 만났다. 두 사람은 동아리 활동을 같이했으며 학창 시절 게이츠의 창업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이츠는 MS를 창업하기 위해 하버드를 자퇴했다. 발머는 하버드대를 졸업한 후 스탠퍼드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MBA)에 입학했다.
게이츠는 MS의 직원이 늘어나자 회사 관리와 마케팅 등 경영을 책임질 동업자가 절실했고, 발머에게 MS 합류를 제안했다. 발머는 고민 끝에 스탠퍼드 대학원을 중퇴하고 MS에 입사했다. 대학 교수를 꿈꾸던 발머가 MS에 합류한 건 게이츠가 ‘MS의 지분을 주겠다’는 제안을 했기 때문으로 전해진다. 발머는 게이츠와 폴 앨런이 1975년 MS를 창업한 지 5년 뒤 MS에 합류했지만, 이런 배경에서 MS 창업맴버로 꼽힌다.
MS에 입사한 발머는 관리, 회계, 판매 등 MS의 경영 모든 부분을 관장하면서 게이츠의 친구이자 동업자로 MS의 2인자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 그는 2000년 초 게이츠로부터 CEO의 바통을 이어받았으며 본격적인 개혁작업에 나섰다. 게이츠는 발머의 개혁에 대해 "발머가 서열 1위고 나는 2위"라며 적극적인 지지를 보냈다.
발머는 MS를 이끌면서 혁신을 거듭하고 클라우드 사업부를 발족하는 등 B2B 회사로 발전시켰다. 하지만 이 기간 애플이 전 세계를 휩쓸고, 안드로이드 기반 구글이 강력한 경쟁자로 등장하면서 MS는 모바일 시장에서 추격자로 밀렸다.
발머는 14년 뒤인 2014년 사티아 나델라 현 CEO에게 자리를 물려준 뒤 현역에서 은퇴했다. 발머의 등장은 화려했지만, 퇴진은 다소 쓸쓸했다. 발머는 MS의 모바일 대응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00년 발머 취임 당시 4000억달러였던 MS 시가총액은 13년 만에 2860억달러로 30% 가까이 빠졌다.
발머의 퇴임이 결정된 2013년 MS 이사회 의장으로 활동했던 게이츠는 연례 주주총회에서 “MS의 38년 역사 중 CEO는 단 두 명밖에 없었다. 이것만으로도 우리 두 사람(게이츠와 발머)은 별난 존재”라며 그의 마지막 임기를 아쉬워하기도 했다.
발머는 은퇴 후 그토록 좋아하던 미국 프로농구 LA클리퍼스의 구단주가 됐다. 그는 구단 내에서도 MS 제품을 사용할 것을 지시하며 MS에 대한 영원한 애정을 보이기도 했다.
발머는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 기준 순자산 1310억달러로 세계 5위 부자다. 미국은 연간 소득 50만달러 이상의 개인에게 배당금 세율 20%를 적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발머는 이번에 받을 10억달러 배당금에 대해 2억달러(약 2580억원)에 가까운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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