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한 아내가 양육비를 줄 수 없다며 다니던 대기업을 퇴직하겠다고 '위협'한다는 사연이 소개됐다.
29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는 이혼한 지 10년이 됐다는 남성 A씨의 이야기가 공개됐다.
방송에 따르면 A씨는 스무살 때 만난 대학 동기와 오랜 연애 끝에 결혼했고, 1년 뒤 득남했다.
A씨는 행복한 가정을 이뤘다고 생각했지만 결혼 4년 차에 접어들었을 무렵 전부인 B씨가 상간남과 모텔에 다녀온 걸 알게 됐다. 극도의 배신감이 든 A씨는 B씨와 협의 이혼했고 아들의 친권자와 양육자를 본인으로 정했다.
A씨는 "양육비에 대해 따로 이야기 한 건 없었고, 이혼 당시 B씨는 정신적 피해보상 및 위자료로 전세금 1억2000만원 중 5000만원을 주기로 했고 전세 대출금 7000만원도 본인이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며 "2500만원을 주고 산 차도 A씨 앞으로 명의이전 해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한 "아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만나거나 연락하지 않고, 어떠한 명목으로든 서로 소송을 하지 않기로 했다"며 "이를 위반했을 경우 서로 500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고 당시 합의 내용을 설명했다.
그러나 당시 B씨는 전세금 1억2000만원을 빼 대출금 7000만원을 갚았고 A씨에겐 약속된 5000만원이 아닌 3500만원과 차량을 지급했다.
이혼 후 10년이 지금, A씨는 "현재 식당을 운영해 가정을 꾸려가고 있지만 계속된 적자로 아들 학원도 보내기 힘든 상황이 됐는데 B씨는 대기업에서 차장으로 승진하며 탄탄대로를 걷고 있다"고 전했다.
A씨는 고민 끝에 B씨에게 연락해 양육비를 달라고 했지만 B씨는 "이미 양육비를 한꺼번에 다 지급했고 약속한 대로 아들을 안 만났기 때문에 줄 수 없다"며 "이혼한 지 10년이 지났기 때문에 양육비를 청구할 권리도 소멸했다"고 답했다. 그래도 A씨가 양육비를 청구하겠다고 하면 다니던 회사를 퇴직하겠다며 강경한 태도를 취했다.
김언지 변호사는 "협의이혼 당시 공증을 한 합의서에 '정신적 피해보장 및 위자료'로 명시해 위자료 명목으로 지급한 것이지 양육비로 지급했다고 볼 수 없다"며 "당시 지급한 1억여원은 중 7000만원은 신혼집의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은 것이고 자동차는 감가상각으로 인해 가치가 유지되고 있다고 보기 어려워 A씨가 양육할 수준의 양육비를 일시에 지급한 것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상대방은 아들의 어머니로서 아들에 대한 과거 양육비 및 장래 양육비를 분담할 의무가 있으므로 그전에 따로 정하지 않았더라도 청구인이 상대방에 대한 양육비 청구권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설령 상대방의 주장대로 청구인이 그 무렵 상대방에 대한 양육비 청구권을 포기하였다고 하더라도 민법 제837조의 취지에 비추어 언제든지 양육비의 분담에 관하여 다시 정할 수 있다"며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기 위하여 고의로 퇴직해도 그 전 월급을 기준으로 양육비가 정해지기 때문에 장래 양육비는 물론 과거에 받지 못했던 양육비까지 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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