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식품의약국이 영화관을 포함한 다양한 음식점에 칼로리를 공개하도록 요구하는 규정을 마침내 확정했다고 친구에게 전했다. 정보는 더욱 투명해지고, 소비자들은 더욱 현명해질 것이며, 세상은 더 나아질 것이다! 자랑스러워하는 그의 눈앞에 친구의 답장이 도착했다, “캐스가 팝콘 맛을 망쳐 놓았군.”
“아는 것이 힘이다”는 옛말이다. 사람들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너무 많은 정보는 되레 사람들의 선택과 판단을 방해한다. “아, 그것참 TMI(Too Much Information·지나치게 과한 정보)다.” 이런 말이 수시로 쓰인다.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겪는 정보 과잉, 그리고 이에 대처하는 현대인의 행동 특성을 분석한 선스타인 교수의 책 2권이 나란히 국내에 출간됐다.
<tmi:>에서 선스타인 교수는 “아는 것은 힘이지만 무지는 축복”이라고 말한다. 다수의 실증 연구 자료를 동원해가며 과도한 정보 공개의 역기능을 보여준다. 책은 성역으로 여겨지는 ‘알 권리’의 허점을 거침없이 지적한다. 현대 사회에서 소비자의 알 권리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은 절대적인 정보량의 부족 때문이 아니라 ‘적절한’ 정보에 가닿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떤 TMI는 심지어 사람들을 병들게 한다. 오늘날 소셜미디어는 무익한 정보 제공자의 대명사다. 오죽하면 “소셜미디어는 인생의 낭비”(알렉스 퍼거슨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라고 했을까. 2018년 이뤄진 한 연구에 따르면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을 끊으면 일상의 행복도가 올라간다. 하지만 사람들은 필요하다면 경제적 대가를 지불해서라도 페이스북을 계속 사용하려고 한다.
선스타인 교수는 독자들에게 자성을 촉구한다. “정보가 어떻게 기능하고 어떤 효과를 가졌는지 정확히 파악하고 이해할 때만 더 행복하고 자유롭고, 더 나은 삶을 더 오래 영위할 수 있다.”
또 다른 책 <동조하기>에서도 선스타인 교수는 ‘자신이 취하는 행동의 의미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고 각성을 요구한다.
이 책은 사람들이 타인의 행동을 따라 하는 동조 현상을 다뤘다. 어떤 동조는 공감과 사회적 유대, 관용과 친절로 이어진다. 다른 사람에게 섣불리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의 잔혹한 홀로코스트 역시 동조로 인해 발생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 같은 동조는 정보 홍수, TMI와 연결된다. 사람들이 동조 행위를 보이는 이유는 제대로 된 정보가 부족하거나 정보를 제대로 가려내지 못해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타인의 행동을 최선의 정보로 삼는 것이다.
선스타인 교수는 무지성 동조의 위험성을 피하려면 잘 짜인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제대로 작동하는 민주주의 국가의 제도는 동조자들에게 반대자를 보고 배울 기회를 보장하고, 그래서 더 많은 정보를 주며, 그 결과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갈 가능성을 높임으로써 동조에 수반되는 위험을 줄인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t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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