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도호는 1962년 수묵화계의 거장인 고(故) 서세옥 화백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그는 아버지의 명성에 기대지 않고, 독자적인 길을 걸었다. 서울대에서 동양화 학사·석사를 딴 뒤 미국 로드아일랜드디자인학교와 예일대에서 회화와 조소를 배웠다.
그의 대표작은 ‘집’이다. 그는 얇고 반투명한 폴리에스테르 천과 견사를 사용해 어릴 때 살던 서울 성북동 한옥, 해외 유학 시절에 지냈던 베를린·뉴욕 집을 만들었다. 서도호는 “집은 마치 옷 같은 존재”라고 말한다. “옷이 내 몸을 보호하듯이 집은 사람을 보호해주는 공간이고, 건축은 옷의 확장판”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실제로 거대한 집 작품을 옷처럼 접어서 세계 곳곳에 전시한다. 이를 통해 서도호는 시간과 공간을 아우르는 ‘이동성’을 보여준다.
내년 8월 아트선재센터에서 그의 개인전이 열린다. 2003년 같은 곳에서 국내 첫 전시를 연 뒤 21년 만이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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