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등 미국의 엔터테인먼트·미디어 기업들에 2024년이 ‘결산의 해’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이들 기업은 세계 최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기업인 넷플릭스에 대적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었지만 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2023년 한 해에만 OTT에서 50억달러의 손실을 내면서 내년에는 비용 절감 등 갖가지 방안으로 살길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는 전망이다.
OTT 최강자 넷플릭스를 이기기 위해 이들 기업은 스트리밍 사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했지만 돌아온 것은 2023년 한 해에만 50억달러(약 6조5000억원)를 웃도는 손실이었다. 올해 3분기 넷플릭스는 스트리밍 부문에서 19억달러 넘는 영업이익을 올렸는데 디즈니는 4억2000만달러, 컴캐스트(피콕)는 5억6500만달러의 영업손실을 봤다. 파라마운트의 영업손실은 2억3800만달러였다.
이들 기업은 당장 내년부터 기존 사업을 축소·매각하거나 콘텐츠 프로덕션 규모를 줄여야 할 처지에 놓였다.
미디어·통신 부문 리서치업체 모펫네이선슨의 마이클 네이선슨 애널리스트는 최근 몇 년 동안 스트리밍 부문에 아낌없이 투자해온 미국의 엔터테인먼트·미디어 기업들을 취객에 비유했다. 네이선슨 애널리스트는 “지난 4년 동안 엔터테인먼트업계는 넷플릭스가 촉발한 스트리밍 전쟁에서 마치 술 취한 사람처럼 돈을 쏟아부었다”며 “이제 이들 기업은 숙취와 밀린 술값의 무게를 느끼기 시작했고 구조조정은 이미 시작됐다”고 짚었다. ‘스트리밍 전쟁’에서 패배한 서비스들이 서로 합쳐지거나 아예 소멸하는 방식으로 합종연횡을 거듭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FT는 “이보다 앞서 몇 주 전 파라마운트의 주요 주주인 샤리 레드스톤이 영화 ‘탑건 매버릭’ 등을 제작한 스카이댄스에 파라마운트를 팔기 위해 접촉한 뒤에 벌어진 일”이라며 “레드스톤이 파라마운트를 인수합병(M&A)의 소용돌이 한가운데로 몰아넣었다”고 평했다. 디즈니는 7000명을 한꺼번에 감원하는 등 고강도 비용 절감 작업에 착수했다.
미국 미디어업계는 스트리밍 부문에서의 막대한 손실 외에도 광고 시장의 약세, TV 부문 수익 감소, 할리우드 파업 후폭풍에 따른 제작비 증가 등 여러 난관에 봉착해 있다. 리치 그린필드 라이트셰드파트너스 애널리스트는 “TV 광고 매출은 한참 부족하고 영화 사업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미디어 기업들이 생존을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합병을 시도하고 비용을 절감하는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2022년 고전하던 넷플릭스는 올해 반등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3분기 신규 가입자 수는 월가 예상치를 훨씬 뛰어넘은 900만 명에 달했다.
존 마틴 퓨질리스트캐피털 공동 설립자는 “넷플릭스는 이미 저만치 앞서가 버렸다”며 “남겨진 미디어업계 경쟁사들은 실행할 수 있는 스트리밍 사업 모델을 연구해야 한다”고 했다.
김리안/장서우 기자 knra@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