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분야에서 근대국가에서는 통치의 기본으로 권력분립 제도를 선택했다. 중세시대에 왕에게 집중된 입법, 행정, 사법의 권력을 국회, 행정부, 법원에 각각 나눠주면서 서로 견제하도록 한 것이다. 몽테스키외가 권력분립을 주창했을 때 그는 권력의 악마적 속성을 꿰뚫어 봤다. 절대 권력은 절대로 부패하기 때문에 국가권력을 독점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근대국가의 권력분립 제도는 인간에 대한 불신을 배경으로 탄생했다. 아무리 선한 의지를 가진 인간이라고 하더라도 권력이 집중되면 독재자의 길을 걷게 되기 때문에 아예 권력을 나눠 입법, 행정, 사법의 권력을 각기 다른 주체에 분배한 것이다.
입법, 행정, 사법의 권력이 서로 견제와 균형을 유지하면서 제 기능을 다할 때에는 문제가 없지만, 때로 견제만 하고 균형을 찾지 못하면 국가 기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종종 행정 권력과 국회 권력 사이에 심각한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의원내각제 국가에서는 행정권이 국회에 의해 선출되고, 행정 수반인 총리가 국회를 해산할 수 있기 때문에 양대 권력 사이의 갈등은 오래가지 않는다. 하지만 대통령제 국가에서는 행정 권력과 국회 권력이 극한투쟁을 벌이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마땅한 장치를 찾기 어렵다. 사법부가 개입하기에 적절하지 않은 장면도 많이 있다. 대한민국과 미국에서 가끔씩 또는 자주 목격할 수 있는 현상이다.
권력분립의 목적은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해 국가권력을 행사하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에 행정권이나 입법권의 폭주가 국민의 뜻에 어긋나면 안 된다. 이런 원리는 이미 2000년 전에 공자가 설파했다. 무신불립(無信不立). 신뢰가 없으면 국가가 성립할 수 없다.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는 제자 자공의 물음에 공자는 백성의 신뢰라고 답변했다. 먹고 사는 문제인 ‘경제’와 국방을 위한 ‘병력’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백성의 ‘신뢰’라는 것이다.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의 헌법은 인간에 대한 불신을 토대로 권력을 셋으로 나눠 대통령, 국회, 법원에 줬지만, 결국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고,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권력은 선거를 통해 교체된다. 행정권과 입법권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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