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잡앤조이=이진호 기자] “최근 각종 창업경진대회에서 저희와 유사하게 버섯 균사체를 활용한 사업 아이템으로 좋은 성적을 거두는 창업팀들이 보이고 있습니다. 후발 창업팀이 생겨난다는 것 자체가 버섯 균사체를 활용한 아이템이 시장성이 있고, 가능성이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어스폼은 버섯 균사체와 농어업 폐기물을 활용한 포장·완충재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정성일 대표(34)가 2021년 12월에 설립했다.
정 대표는 “어스폼은 적절한 대안 없이 사용되는 무분별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기업”이라며 “현재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탄소배출 문제를 해결하는 제품을 개발했다”고 소개했다.
어스폼은 탄소배출을 일으키는 스티로폼인 ‘EPS(Expanded PolyStyrene)’ 대체재를 개발하고 있다. 정 대표는 “어스폼이 만든 제품은 일반적인 토양에서 50일 이내에 분해가 된다”며 “자연 분해 시 유해 물질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어스폼은 친환경 생산 과정을 거쳐 제조됩니다. 톱밥 등의 농어업 폐기물에 균사를 접종하고 몰드에 넣은 상태로 생장시킵니다. 균사가 충분히 자란 이후에 몰드에서 꺼내 건조하면 단단한 형태의 친환경 재료가 탄생합니다.”
어스폼의 ‘친환경성’은 무엇보다 큰 경쟁력이지만, 소재 자체로서 다양한 활용 가능성을 품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할 수 있다. 올해 어스폼의 메인 비즈니스 모델인 포장·완충재 영역 외에도 예술, 인테리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어스폼을 활용한 협업이 있었다.
“앞서 구축해 놓은 제조 인프라와 다양한 제조 레시피가 큰 기반이 돼 제품 파일럿 양산과 더불어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업, 어스폼을 알리는 체험 캠페인도 수 차례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국내 버섯 균사체 제품 시장에 가장 먼저 진출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다양한 균사와 원재료에 기반한 여러 제조 레시피를 통해 더욱 다양한 활용성을 경쟁력으로 공고히 할 수 있도록 연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어스폼의 가장 큰 장점은 일반적인 제품을 폐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과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폐기되는 재료를 이용해 자원 선순환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강조했다.
“어스폼의 원료는 처치 곤란 상태이면서 유휴 자원인 고사목 톱밥, 굴껍데기, 감자 껍질, 맥주찌꺼기 등입니다. 이 같은 농어업 폐기물이 간단한 파쇄와 살균 과정을 거쳐 어스폼의 원료화가 이뤄집니다. 이러한 자원 선순환 시스템을 바탕으로 어스폼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며 기후 위기에 대응합니다. 어스폼은 현재 전국 각지의 농어업 폐기물을 활용할 수 있는 제조 레시피를 갖추고 있습니다.”
정 대표는 어떻게 어스폼을 창업하게 됐을까. “지난 8년간 커스텀제작소와 임가공 플랫폼을 운영했습니다. 제작소는 스타트업 관계자, 예술가, 건축가들이 기술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것을 실제로 구현하고 제작하는 곳이었습니다. 평소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았고, 환경 보호 관련 활동도 지속해서 해왔습니다. 그런데 제작소를 운영하면서 엄청난 양의 쓰레기를 배출하게 됐습니다. 그때 일과 가치관에서 모순이 발생했습니다. 이 부분을 해결하고 싶어 어스폼을 창업하게 됐습니다. 어스폼 창업은 실현하고자 하는 가치관과 사회적 가치를 이뤄내기 위한 첫걸음이었습니다.”
창업 후 정 대표는 “열심히 노력해 결과물이 나올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결과물은 물리적인 실험의 결과물일 수도 있고 열심히 제안한 프로젝트가 수주되는 것일 수 있습니다. 결과를 차곡차곡 쌓아 최종 목적지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지려고 노력 중입니다.”
어스폼은 올해 순천대학교 초기창업패키지 사업에 뽑혔다. 초기창업패키지는 공고기준 당시 3년 미만의 창업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창업지원 사업으로 최대 1억원의 사업화 자금을 지원한다. 주관기관으로부터 창업 공간, 창업기업 성장에 필요한 교육, 멘토링 등의 지원도 받는다.
정 대표는 “초기창업패키지 선정은 저희가 더 공격적으로 연구와 개발에 집중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어스폼은 제조와 자동화 관련 사업 경력 8년 이상인 정 대표 외에 사업전략과 영업을 담당하는 CSO, 관련 연구 경력 10년 이상으로 어스폼 연구개발을 이끄는 CTO, 기획과 사업 전반의 운영을 도맡은 기획팀장, 균사 연구와 제품 생산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연구원까지 총 5명으로 구성돼 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정 대표는 “안정적인 IP확보와 제조 프로세스 검증 및 개선이 목표”라며 “기업이 어스폼 솔루션을 활용했을 때 얻을 수 있는 탄소배출 절감효과와 절약되는 사회·경제·환경 비용을 상세하게 안내할 수 있는 플랫폼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설립일 : 2021년 12월
주요사업 : 버섯 균사체와 농어업부산물을 활용한 친환경 포장·완충재 개발 및 제조
성과 : 서울홍릉강소특구 GRaND-K 창업학교 대상, 2023년 소셜벤처경연대회 결선 일반 부문 대상(국무총리상), 2023년 소셜벤처경연대회 본선 일반 부문 서울특별시장상, DB손보 ‘GREEN WITH 유’ 선발, 2023 초기창업패키지 선정, 제2회 ‘A MORE Beautiful Challenge’ 선정
jinho2323@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