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유튜버로 소개한 분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막무가내로 장례식장을 방문해 소란이 빚어지는 등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잔혹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고인이 된 배우 이선균(48)의 소속사에서 모든 장례 일정을 비공개로 진행하겠다고 밝히면서 보내온 입장문 중 일부다. 고인에 대한 관심을 이용해 경제적인 이익을 얻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고인의 인격과 유가족 사생활에 대한 존중 없이 막무가내로 행동하는 유튜버들의 행위로 괴로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한 것.
지난 28일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2023 방송매체 이용행태조사'에 따르면 유튜브는 3년 연속 OTT 플랫폼 이용률 1위를 수성했다. 전체 조사 대상 중 유튜브를 이용하는 비율은 71%였다. 2위 넷플릭스가 35.7%라는 점을 고려하면 2배 가까이 높은 이용률이다.
유튜브 이용률이 높고, 관심도 커지면서 유튜버들도 늘어났다. 하지만 커지는 경쟁 속에 유튜버들이 '조회수'와 '슈퍼챗'(후원금)을 노리며 도를 넘는 행위를 하는 사례도 빈번해졌지만, 유튜브는 이에 대해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12월 프리미엄 멤버십 구독 요금을 42.6%나 인상하면서 빈축을 사는 상황이다.
유튜브에서 확인되지 않은, 사실무근의 가짜뉴스 콘텐츠를 유포하며 수익 활동을 하는 사례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유명인의 이혼설, 사망설 등이 주를 이루고, 자극적인 섬네일과 제목을 걸며 조회수 장사를 벌인다. 방심위에 따르면, 2019년 438건, 2020년 1964건이던 유튜브 시정 요구 건수는 2022년 5083건까지 늘었다.
당사자들이 공개적으로 분노하고, 이의를 제기하지만,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 게 더 문제다.
미국 변호사 겸 방송인 서동주는 올해 8월 한 방송에 출연해 "가짜뉴스 때문에 화가 난다"며 어머니 서정희 사망설부터 부친인 서세원의 사망까지 '가짜뉴스'로 고통받은 시간을 전했다.
이에 함께 출연한 덱스는 "서동주 관련 가짜뉴스를 만드는 유튜버가 20일 동안 25개 영상을 만들면 수익이 월 4억5000만원이라고 하더라"라며 "남의 아픔을 팔아서 수익을 벌어들이는 게 같은 인간으로서 할 짓이 아니라 생각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선균이 숨진 채 발견되기 하루 전, 한 유튜브 채널에 그의 마약 투약 혐의와 무관한 사적인 대화가 담긴 녹취록이 공개됐다. 당시 이선균은 마약 투약 혐의와 관련한 억울함을 호소하며 경찰에게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받겠다"고 의사를 밝혔다. 이 가운데 유튜브에는 "이선균과 함께 마약을 했다"고 주장한 유흥업소 실장 A씨(29·여)와의 대화가 '충격영상'이라는 제목으로 게재된 것. 일각에서 그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배경으로 녹취록 공개를 꼽는 이유다.
최근엔 일반 시민들을 상대로 소위 '몰카'(몰래카메라)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 아스팔트에 물을 뿌려 얼게 한 유튜버 일당을 고소했다는 글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글 작성자는 '유튜브 몰카(몰래카메라) 촬영 때문에 사람이 죽을 뻔했습니다'는 제목으로 "아스팔트에 물을 뿌려 얼게 한 다음 구석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사고가 나거나 사람들이 넘어지는 걸 촬영했다고 한다"며 "경찰 조사 결과 아내를 포함해 6명이 그 자리에서 넘어졌더라"라고 전했다.
유튜브에서 콘텐츠 제작자에게 수익을 정산하는 계산법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일반적으로 10분 분량의 영상에 광고 3개가 붙고, 200만 뷰를 돌파할 경우 200만원 정도의 수익이 창출된다고 알려졌다. 1뷰당 1원인 셈이다. 더 많은 조회수를 모으고, 개인 후원인 슈퍼챗 등을 받기 위해 더욱 더 자극적인 콘텐츠를 만들게 되는 구조다.
또한 허위 정보가 확산하는 걸 막기 위한 자체 대책을 마련해야 하며, 인공지능(AI) 기술을 기반으로 생성된 영상이나 이미지에 별도 표식을 둬야 한다. 이를 어기면 글로벌 매출의 6%를 벌금으로 내야 한다.
그동안 온라인 콘텐츠에 대해 처벌을 할 때 플랫폼 자체에는 도덕적 책임을 묻지 않았다. 하지만 유럽연합의 DSA를 보고 "국내에도 이를 적용해 국내에 맞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방심위 내부에서도 가짜뉴스 엄단 분위기와 함께 이런 콘텐츠를 퍼뜨리는 유튜브 채널에 강경한 조치를 내놓으려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지난 21일 위원장 주재로 실국장 회의를 열고 다음 달 1일부터 허위조작 콘텐츠(가짜 뉴스)에 대한 신속심의 절차를 '상시 신속심의'로 전환하기로 했다.
관련 처벌 역시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유튜버들의 가짜뉴스와 무분별한 콘텐츠가 판을 치는 건 이들을 적발하고 처벌하는 과정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유튜브 등 1인 미디어는 '방송'으로 분류되지 않아 언론중재법 개정안이나 방송법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피해자가 직접 해당 콘텐츠를 파악해 명예훼손 고소를 해야 처벌이 가능하고, 법적 절차에 따른 해결에는 긴 시간이 걸린다.
어렵게 적발하더라도 솜방망이 처벌로 경각심을 주기에 부족하다는 점에서 더욱 강력한 판결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보통신망법 제70조에 따르면 명예를 훼손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지만, 유튜브 채널을 통해 폭로, 추측성 정보를 제공한 부분이 문제가 돼 재판에 넘겨지더라도 벌금형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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