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부동산 시장은 갈지자 행보를 보였다. 연초 청약·대출 등 부동산 규제 완화와 특례보금자리론 출시 등의 효과로 전국 아파트값은 7월부터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하지만 11월부터는 다시 방향을 바꿔 가격이 내려가기 시작했다. 정부의 대출 죄기와 단기간 집값 급등에 따른 피로감, 급매물 소진 등이 겹쳤기 때문이다.
올해도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작년에 비해선 낙폭이 크게 줄어들고, 하반기부터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상승 전환하는 지역도 나타날 전망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공급 물량 감소, 전셋값 오름세 등도 올해 집값 상승 요인으로 꼽힌다.
전반적인 시장 상황도 좋지 않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크다. ‘악성 미분양’이라고 불리는 전국의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작년 10월에 2021년 2월 이후 처음으로 1만 가구를 넘어섰다. 작년 하반기 아파트값이 단기간 급등한 이후 수요자의 관망세도 짙어지는 모양새다. 당장 주택 매수에 나서기보다는 가격이 어느 정도 조정될 때까지 기다리려는 것이다.
그러나 상반기를 지나면서 시장 분위기를 바꿀 만한 이벤트가 하나둘씩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Fed는 작년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올해 기준금리를 세 차례 내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1%대에서 연 3%대로 끌어올린 2022년 집값이 급락했는데, 금리가 하향 조정되면 반등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무주택 출산 가구를 대상으로 최저 연 1.6% 금리로 최대 5억원을 빌려주는 정책금융상품인 ‘신생아 특례대출’이 이달 말 출시될 예정이다. 이 상품이 주택 수요를 높일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입주 물량 감소는 일반적으로 전셋값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안 그래도 전세사기 등의 여파로 빌라(다세대·연립) 거주자의 임차 수요가 아파트로 이동하면서 전셋값이 꾸준히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전셋값 상승은 매매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올해 공급 부족이 두드러지는 서울을 시작으로 전셋값과 매매가 동반 상승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2~3년 후 공급 부족 문제가 더 심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작년 1~10월 전국 주택 인허가 실적은 27만3918가구로, 전년 동월(42만8318가구) 대비 36% 급감했다. 고금리와 경기침체, PF 리스크 심화 등이 겹치며 건설업계의 수익성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신규 공급이 줄어들면 기존 주택의 몸값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금융 비용과 인건비, 원자재 가격 등 공사 원가가 지속 상승해 분양가가 오르고 있는 상황도 기존 아파트값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권주안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주택시장은 ‘L’자형 횡보세를 보일 것”이라며 “수도권 아파트의 매매가격과 전셋값은 각각 1%, 2% 내외로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전셋값이 오르는 상황에서 높아진 분양가에도 신축 공급은 잘 안 되는 환경이 나타날 것”이라며 “신축을 통한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질 경우 실수요층을 중심으로 기존 주택 매물 갈아타기로 선회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올해 총선을 앞두고 나타날 수 있는 정책 불확실성은 집값 전망의 변수로 꼽힌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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