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확대·저금리로 성장하는 시대 끝"…한은 총재의 경고 [강진규의 BOK워치]

입력 2024-01-01 12:00   수정 2024-01-01 12:19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일 "재정의 확대와 저금리에 기반한 부채 증대에 의존해 임기응변식으로 성장을 도모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구조적 문제들에 대한 해결방안을 찾아야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오는 2일 시무식을 앞두고 먼저 공개한 신년사를 통해 "초고령 사회 진입에 대응하기 위한 재정수요가 확대되고 있고, 가파르게 증가한 가계부채 규모는 성장 잠재력을 훼손하는 수준"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총재는 이런 문제에 대해 한은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한다고 봤다. 그는 "우리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저해하는 다양한 요인이 산재해 있다"며 "인플레이션에 대응하느라 충분히 살피지 못했던 구조적 문제들에 대한 해결방안을 찾는 데 한은이 더 힘써야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저출산·고령화와 수도권 집중 및 지방소멸을 어떻게 극복할지, 글로벌 공급망 재편·기후위기 등 과거와 다른 환경에서 우리 경제의 체질 개선은 어떤 방향으로 이뤄져야하는지 실효성 있는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은은 지난해 구조적 문제의 대안을 제시하는 연구를 지속적으로 내놨다. 이 총재는 '초저출산 현상이 가져온 극단적 인구구조 문제', '장기 구조적 관점에서 진단한 가계부채 현황', '지역별 주요 제조업의 생산 및 공급망', '거점도시 중심의 균형발전 보고서' 등을 언급하면서 "다양한 부문에 대한 정책 제안을 통해 사회적 반향을 일으켜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이같은 구조개혁에 관한 발언은 이 총재가 한은의 법정 목표인 물가 및 금융안정과 함께 '경기회복'을 정책 목표로 언급한 이후 나왔다. 이 총재는 "IT 제조업을 제외하면 올해 성장률이 1.7%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돼 국민들이 경기회복의 온기를 충분히 느끼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한 후 "물가안정을 최우선으로 추구하면서도 경기회복과 금융안정에 필요한 최적의 정교한 정책조합을 찾아아 한다"고 했다.

물가는 마지막 구간(last mile)의 어려움을 강조했다. 이 총재는 "물가상승세의 둔화 흐름이 이어지겠지만 원자재가격 추이의 불확실성과 누적된 비용인상 압력 등의 영향으로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가 예상보다 더딜 수 있다"며 "대내외 정책여건의 불확실성 요인을 세심히 살피면서 물가를 목표수준으로 안착시키기 위한 통화긴축 기조의 지속기간과 최적 금리경로를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불안 가능성에도 철저히 대비하겠다고 했다. 이 총재는 "주요 선진국 상업용 부동산 대출 부실화 징후, 국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험신호 등이 감지되고 있다"며 "금융시스템 내 유동성 안전판 강화를 위해 한은 대출의 적격담보 범위를 금융기관 보유 대출채권까지 확대하고, 부동산 PF의 질서있는 정리 방안을 마련하는 데 힘을 보탤 것"이라고 말했다.

임직원들에게는 '절차탁마(切磋琢磨)'를 주문했다. '옥돌을 자르고 줄로 쓸고 끌로 쪼고 갈아 빛을 내다'라는 뜻의 사자성어다. 이 총재는 "최고 수준의 싱크탱크가 되기 위해선 개개인의 역량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절차탁마의 정신으로 계속 노력해주길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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