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새해와 함께 윤석열 정부 ‘2기 경제팀’이 본격 출범한다. 2기 경제팀을 이끄는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마주한 경제 환경은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이른바 ‘3고(高)’ 악재 속에 출발한 추경호호(號)에 비해선 나은 편이다. 하지만 고물가·고환율이 내수 침체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로 이어지는 등 3고의 후폭풍이 본격화되고 있다. 매년 세계 신기록을 쓰고 있는 저출산 추세를 반등시킬 ‘묘수’를 찾고 총선을 앞두고 폭증하는 ‘복지 포퓰리즘’으로부터 재정 건전성을 지키는 등 난제도 산적해있다. 올해 최상목호의 5대 과제를 꼽아봤다.
세제 영역에서 추경호호는 문재인 정부 시절 강화된 징벌적 부동산 세제와 규제를 되돌리는데 주력했고, 성과도 있었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중산층도 내는 세금이 된 상속세 개편과 내국세의 40% 이상을 지방에 강제 할당하는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제도 개혁은 미완의 과제로 남았다. 당초 정부는 국민들의 세부담을 줄인다는 취지에서 상속세를 각 상속인이 물려받은만큼만 내는 유산취득세로 개편하는 안을 추진했다. 지금은 저출산 극복을 위해 노인 세대의 부가 젊은 세대로 더 활발하게 이뤄지려면 상속·증여세 개편이 필요하다는 취지가 더해졌다. 내국세의 지방 이전 구조를 손봐 육아휴직급여, 아동수당 확대 등 저출산 대책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정부 안팎에서 커지고 있다.
4월로 다가온 총선을 앞두고 여야 할 것 없이 현금성 공약이 난무하고 있다. 민주당은 연간 최대 15조원이 투입될 것으로 추정되는 ‘간병비 건강보험 급여화’를 1호 총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정부와 여당도 이에 질세라 4년 간 약 10조원 가량의 건강보험 재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는 간호·간병서비스 확대 방안을 내놨고, 기초연금을 2028년까지 40만원으로 높이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복지 지출 폭증으로 2023년 정부 총지출 대비 52.9%인 의무지출 비율은 10년 뒤인 2032년 60.5%로 높아진다. 정부가 재량을 발휘해 경기에 대응할 수 있는 재정 여력이 그만큼 줄어드는 셈이다. 이미 기재부 내부에서도 복지 지출 증가세를 이대로둬선 안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과 KDI를 비롯한 국내외 연구기관들이 예측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평균 2.0% 수준이다. 1%대 저성장 흐름에선 벗어나겠지만 대략 2%수준인 잠재성장률을 넘어서진 못할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이 저성장 기조에서 탈피하기 위해선 업종별 진입장벽을 깨 끊임없이 새로운 기업이 탄생할 수 있는 규제 혁신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생산 인구 감소 여파를 막을 외국 인력 확보까지 감안한 노동개혁과 25년간 이어진 보험료율 ‘9%의 벽’을 뚫는 연금개혁 등 구조개혁도 그가 짚어져야 할 과제다.
정부는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외환위기?트라우마로 20년 넘게 폐쇄적으로 운영해오던 외환시장을 올해 7월 본격 개방한다. 지난해 2월 내놓은 ‘외환시장 선진화 방안’이 준비 과정을 거쳐 본격 시행되는 것이다.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30분까지였던 국내 외환시장 개장 시간이 올해 7월부터 영국 런던 시장이 마감되는 새벽2시까지 확대된다. 해외 소재 외국금융기관(RFI)이 국내 외환시장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길도 열린다. 대외 충격이 발생할 때마다 요동치던 국내 외환시장이란 연못을 ‘넓고 깊게’파 원화의 안정성을 높이겠다는 것이 정부의 취지다. 하지만 그간 외환정책의 근간을 바꾸는 개편인만큼 불확실성도 크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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