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사업본부 최대 노조인 우정노조를 이끌고 있는 이동호 위원장이 나이와 연임 제한이 없는 새 단체를 만들고 초대 위원장에 선출돼 논란이 되고 있다. 이 단체는 우체국 내 다섯 개 노조의 상급 단체로 연 7억 원 정도를 활동비로 걷을 예정이다. 우정노조 내부에서조차 “만 60세를 앞둔 이 위원장이 정년 연장을 위해 급조한 ‘꼼수’”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정연맹은 노조원들에게 연맹비 형식으로 월 2300원을 받을 예정이다. 연간 총 7억4000만 원가량이 연맹 활동비로 흘러가게 된다.
노조원 사이에선 우정노조 등 기존 노조의 집행부를 그대로 둔 상황에서 ‘옥상옥’ 구조의 상급 단체만 생겼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우정연맹이 이 위원장의 정년 연장을 위해 출범됐단 지적도 나온다. 1965년생인 이 위원장은 오는 3월 예정된 우정노조 위원장 선거에 출마하지 못한다. 만 60세인 우체국의 정년이 얼마 남지 않아서다. 하지만 나이와 연임 제한이 없는 우정연맹 위원장은 계속할 수 있다. 한 관계자는 “정년이 없는 우체국 FC 노조로 소속을 옮긴 뒤 그 상급 단체의 위원장이 되는 형식”이라며 “이 위원장이 우체국 FC 노조로 옮기면 꼼수라는 지적을 피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우체국 FC 노조는 우체국에서 보험판매 등을 하는 보험관리사들이 모인 노조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우정연맹 대의원 과반(32명)이 이 위원장의 측근들이기 때문에 제대로 된 경쟁을 기대하기는 힘든 구조”라고 지적했다.
우정노조의 우정연맹 가입 안건도 이 위원장 체제에서 ‘셀프 통과’된 것으로 파악됐다. 우정노조의 한 대의원에 따르면 이 사안은 지난 4월 전국 대의원 대회에서 △우정노조 중앙위원·중앙집행위원·회계감사 위원 선출 △우정노조 선거관리 규정 개정안 등과 함께 △우정연맹 설립 안건이 ‘패키지’로 표결에 부쳐져 가결됐다. 한 조합원은 “우정노조가 우정연맹에 가입해야 할 당위성에 대해 노조원에서 충분한 설명이 없었다”며 “대의원끼리 밀실 처리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지금까지도 우정노조 조합원 대다수는 우정연맹의 존재 자체를 모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위원장은 노조의 대정부 투쟁력 강화를 위해 상급 단체(우정연맹)를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노총 산하 26개 회원조합 대다수가 '연맹' 형태임에도 우정노조만 ‘단위노조’라는 점을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 통화에서 “우정연맹에 속한 다섯 개 노조의 지속적인 요청이 있어 우정연맹을 설립했다”며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 만들었을 뿐 퇴임 후 '노후대책' 용으로 자리를 만들기 위해 우정연맹을 만들었다는 주장은 사실 무근”이라고 했다.
이 위원장은 "우정노조에서 받는 연맹비 2300원 중 650원은 상급단체인 한국노총에 내야 하는 돈으로, 이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1650원)은 얼마 되지 않는다"며 "다른 연맹에선 3500원씩 받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코 많은 금액이 아니다"고 했다.
이날 고용노동부 회계 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우정노조 조합원 수는 약 2만7000명이다. 지난해 우정노조가 거둔 조합비(99억7012만원)는 100억원에 육박했다. 조합원들이 우정노조에 내는 조합비는 본봉의 약 1%로 알려졌다. 23년 차 집배원 기준 매달 약 4만2000원을 내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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