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이 새해(甲辰年)가 밝았다. 해가 바뀌어도 기업들은 여전히 숱한 악재에 휩싸여 있다. 미·중 갈등과 글로벌 경기 침체, 고금리·고유가·고환율 등 ‘3고(高)’ 후유증에 짓눌려 있다. 생존 경쟁에도 직면했다. 인공지능(AI)과 차세대 반도체, 미래차 전장(戰場)에서 명운을 건 전쟁을 벌이고 있다. 기업들은 녹록지 않은 경영환경에도 미래를 위한 혁신과 도전을 멈추지 않을 방침이다.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등 간판기업들은 AI, 로봇, 미래 모빌리티, 차세대 바이오 및 에너지 등에 대한 과감한 투자에 나서기로 했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 경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완제품 사업에선 플래그십 제품 중심으로 판매량을 늘리기로 했다. 초대형 TV 시장을 선도해 프리미엄 중심으로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폴더블폰 시장의 글로벌리더 모바일경험(MX)사업부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경험 완성도를 더욱 높일 계획이다.
SK그룹은 올해 글로벌 거점을 확대하고, 계열사들의 솔루션을 묶어 동반 진출하는 등 글로벌 경영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다수의 글로벌 고객사에 HBM3 24GB 샘플을 제공해 성능 검증을 하고 있으며, 고객 역시 이 제품에 대해 크게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 SK머티리얼즈, SKC 등도 기존 사업에 안주하지 않고 반도체와 2차전지 소재, 그린에너지 사업에 주력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수소 에너지, 소형원자로 같은 친환경 에너지, 탄소 포집, 자원 재활용 등과 관련된 다양한 그린 기업을 인수하거나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전기차 전환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이와 함께 내연기관차와 전기차 시대의 징검다리 역할인 하이브리드카 투자에도 자원을 배분해 전기차·하이브리드 ‘투트랙’ 전략을 구사할 전망이다. 올해부터는 전기차를 비롯한 미래 모빌리티의 핵심 뼈대인 소프트웨어 중심 차(SDV) 개발에도 더욱 공을 들인다. 2025년까지 모든 차종을 ‘소프트웨어 중심인 자동차’로 전환할 계획이다.
LG그룹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미래 산업에 과감한 투자를 이어갈 계획이다. LG전자는 2030년까지 50조원을 투자해 신사업을 육성한다는 구상이다. LG디스플레이는 태블릿PC·차량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신사업 경쟁력 강화에 역량을 집결할 계획이다. LG이노텍은 올해 반도체 기판(FC-BGA)과 전장(전자장치) 사업 육성에 힘을 쏟는다. LG화학은 배터리 소재 기업으로 체질을 전환하기 위해 2025년까지 10조원을 투자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각지에서 완성차와의 합작·단독 공장 8개를 신·증설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올해를 100년 한화의 기틀을 다지기 위한 도약의 해로 삼는다는 전략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누리호 발사체 기술, 한화시스템과 쎄트렉아이의 위성 기술을 중심으로 우주산업을 확장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오션은 방산 수주를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한화큐셀은 총 3조4000억원을 투입해 미국 태양광 모듈 공장을 증설할 예정이다.
GS그룹은 사업화 단계에 접어든 산업바이오, 순환경제, 전기차 배터리 충전 등의 신사업을 키워 본격적인 사업 확대에 나서기로 했다. 부탄다이올(BDO) 등 친환경 석유화학 대체 물질 상업화에 박차를 가하고 플라스틱과 배터리 리사이클, 바이오연료, 전기차 배터리 충전 등의 친환경 사업 규모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HD현대그룹은 친환경·디지털 솔루션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전환하고 있다. 친환경 선박, 자율 운항 분야에서 지속적인 우위를 유지하면서 무인화·전동화 기술 등을 개발해 미래 선박·에너지·건설기계 분야에서 초격차로 나아가겠다는 전략이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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