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 기대로 상승세했던 코스피지수가 새해 첫 달에는 ‘숨고르기’를 할 것이라는 증권가 전망이 나왔다. 미국 중앙은행(Fed) 금리 인하 기대가 일부 되돌려지고, 한국 기업들의 실적 전망도 하향되고 있어서다. 증권가에서는 실적 개선이 뚜렷한 반도체, IT 업종을 중심으로 투자하라는 조언이 나오고 있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6일부터 이날까지 삼성, NH, 키움, 신한, KB 5개 증권사들이 예상한 1월 코스피지수 예상 변동폭(밴드) 평균은 2472~2696 사이인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증시가 2655.28에 마쳤던 점을 고려하면 증권사들은 이달 증시가 최대 1.5% 상승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한 셈이다.
증권사별로 보면 △NH투자증권 2450~2650 △삼성증권 2450~2650 △KB증권 2550~2760 △키움증권 2560~2720 △신한투자증권 2350~2700 순서였다. KB증권이 2760으로 1월 코스피 상단을 가장 높게 제시했고, NH와 삼성은 2650으로 비교적 낮게 예상했다.
통상적으로 연초에는 특별한 호재 없이도 기대심리로 인해 증시가 상승하는 ‘1월 효과’가 나타난다.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1992년부터 지난해까지 1월 코스피지수는 평균 2.7% 상승했다. 월별로 보면 11월(2.8%)에 이어 두 번째로 상승률이 높았다. 그러나 올해에는 11월부터 기준금리 인하 기대로 증시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어 추가적인 상승세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시장은 올해 7회 금리 인하를 기대하고 있지만 Fed는 3회 인하를 상정하고 있어 시장과 Fed의 온도차가 크다”며 “시장이 앞서나간 예측을 되돌릴 경우 증시 속도 조절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국내 기업들의 이익 전망이 낮아지고 있다는 점도 연초 증시가 속도를 조절할 것이란 배경으로 꼽힌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실적 시즌이 마무리된 11월15일 이후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가 상향된 종목은 79개, 하향된 종목은 156개로 하향 종목 수가 상향 종목 수의 2배에 달했다. 코스피 편입 종목들의 영업이익 전망치 합산액은 기존 대비 0.13% 낮아졌다.
키움증권은 “이익 전망을 둘러싼 단기 불확실성과 현재 코스피지수 레벨의 부담 등을 고려하면 숨고르기 장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다만 반도체·IT 등 업황 개선이 예상되는 업종·종목 중심으로는 여전히 상승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스타일 투자보다 이익 증가율에 집중한 투자 전략이 유효하다”며 “반도체, 디스플레이, IT하드웨어 등 업황 개선이 예상되는 업종을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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