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잡앤조이=이진호 기자] 성신여자대학교박물관은 중앙박물관, 성신역사관, 정원박광훈복식박물관, 자연사박물관으로 구성돼 있다. 조윤정 성신여자대학교박물관 학예팀장은 “성신여대박물관의 경쟁력이라면 다양한 소장품을 활용한 전시기획과 교육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시행하는 능력”이라며 “박물관 학예직 선생님들이 자신의 역량을 함양하고, 소장유물을 연구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조윤정 팀장을 11월 24일 서울시 강북구 성신여자대학교 운정그린캠퍼스의 박물관 특별전시실에서 만났다.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성신여자대학교박물관 학예연구사이며 팀장인 조윤정입니다. 성신여대 미술대학 동양화과를 졸업하고, 미술이론 및 고고미술에 관심이 많아 대학원에서 미술사학을 공부하면서 학예사라는 직업에 매력을 느꼈고, 박물관에서의 업무를 꿈꾸게 됐습니다.”
학예사는 어떤 일을 하나요
“학예사는 영어로 Curator라고도 하는데요. 미술관이나 갤러리에서 주로 큐레이터라는 호칭을 쓴다면, 박물관에서는 학예사라고 합니다. 학예사는 소장품(Collection)을 조사하고 연구하는 일뿐만 아니라, 전시 기획과 교육을 통해 소장품을 알리는 종합적인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지만, 그래도 가장 중요한 건 소장품을 잘 관리해서 처음 격납하던 당시의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그 다음이 예술사적, 역사적 가치를 관람객에게 전시나 교육을 통해 잘 전달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성신여대박물관에는 어떤 소장품들이 있나요
“우리 박물관은 종합박물관으로 등록돼 있어 다양한 유물과 미술작품 그리고 생물표본까지 다양한 소장품을 가지고 있습니다. 중앙박물관에는 고지도, 고문서뿐 아니라 고고미술과 현대미술을 망라해서 약 3,000여점이 소장돼 있습니다. 대표 유물로는 국가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대동여지도’와 ‘앙부일구’와 고지도, 고문서가 있으며, 박수근, 백남준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근현대 미술작품도 많이 소장하고 있습니다.”
복식박물관과 자연사박물관에는 어떤 소장품이 있나요
“정원박광훈복식박물관은 침선장이신 故박광훈 선생이 기증해 주신 한복이 설립의 근간이 되었습니다. 박광훈 선생이 직접 제작한 재현 한복으로 출생에서 죽음까지, 의례와 복식을 함께 연결하여 전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조선 말기 궁중복식의 종류와 착용 방식도 전시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자연사박물관은 30여년간 수집된 식물, 곤충표본 3만여점과 기증표본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멸종위기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으며, 생물다양성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현시점에서 박물관이 해야 할 역할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성신여대박물관의 경쟁력을 꼽자면 무엇인가요
“우리 박물관의 경쟁력이라면 다양한 소장품을 활용한 전시기획과 교육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시행하는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박물관 전시는 소장된 유물을 어떻게 Curation하고, 매력적으로 시각화하는지에 따라 성공 여부가 결정됩니다. 따라서 학예사는 각 유물(소장품)에 관해 연구하고, 그 특성 및 내용을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또한 각 유물이 갖는 의의와 가치를 현대적 관점에서 제시하고, 관람객과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학예사의 역량이 곧 박물관의 역량입니다. 따라서 저뿐만 아니라, 우리 박물관 학예직 선생님들은 자신의 역량을 함양하고, 소장유물을 연구하는데 힘을 쏟고 있습니다. 매년 개최되는 특별전을 위해서는 1년 전에 전시주제를 정하고, 그 주제에 맞는 유물선정 및 스터디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각 업무에 따른 성과 목표를 구체화하며 자율적으로 자신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역량점검 시스템을 마련하였습니다. 그리고, 매년 정기적인 직무교육과 함께 학예직 선생님들과의 면담을 통해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피드백을 제공합니다.”
전시개최 및 교육프로그램 운영은 어떻게 하고 있나요
“대학박물관은 국공립박물관에 비해 자체 예산이 적으며, 대학 제정 문제로 인해 예산이 점차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사회의 문화 거점 기관으로의 박물관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우리 박물관은 예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로 국고 지원사업을 신청해서 전시와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2022년에는 국립민속박물관과 공동 전시를 개최하기도 했습니다. 올해는 대학박물관진흥지원사업을 수주하여 ‘고문서, 소소한 발견’ 특별전을 개최했습니다. 한국박물관협회에서 주관하는 2023 박물관 길 위의 인문학 사업으로는 ‘산, 사람과 맥을 잇다’라는 주제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도 운영하였습니다. 특히 성신여대 캠퍼스타운 사업에 참여하여 아트페어 ‘모두의 미술, 모두의 컬렉션’을 기획했으며, 박물관 문화콘텐츠 기획자를 양성하는 ‘문화콘텐츠 기획 아카데미’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운영을 위한 투자가 이뤄지는 부분이 있나요
“박물관은 문화산업육성의 하나로 전시와 교육프로그램 운영을 위한 지원금을 수주하고 있으나, 앞으로는 박물관 발전을 위한 발전기금이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한 투자금을 유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직은 구체화 된 계획은 없지만, 박물관 멤버십 제도 도입 등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성신여대박물관 설립 배경이 궁금합니다
“대학박물관은 식민지배와 한국전쟁으로 낙후된 우리나라에서 문화부흥의 큰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1960년대에는 우리나라 전체 박물관의 43%를 대학박물관이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1967년 문교부(현 교육부)는 종합대학 설립기준에 대학박물관 설립을 의무화했기 때문에, 1982년 박물관 설립 의무규정이 삭제되기까지, 대학박물관의 증가를 가져오게 됐습니다. 성신여자대학교는 1965년 성신사범대학이 설립된 다음 해인 1966년, 성신여자대학교박물관의 전신인 ‘생활과학박물관’을 개관하였습니다. 제1대 박물관장이 설립자이신 故리숙종 선생이신 점으로 미루어보더라도, 박물관은 설립자의 애정이 깊은 대학의 문화 중심기관이었습니다.”
전시기획 후 보람을 느끼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전시를 통해 박물관 유물을 소개하고 그 가치가 재평가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이번 특별전 ‘고문서, 소심한 발견’에서는 한자로 적힌 조선시대 공공문서가 일반인에게는 해독 불가의 고리타분한 유물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조선시대 당시의 생생한 생활상을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특히 남녀 차별이 심했던 조선 후기에 여성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억울함을 호소한 ‘소지’의 사례는 관람객에게 좋은 반응을 일으켰습니다.”
성신여대 캠퍼스타운 사업이 활동에 어떤 도움을 주고 있나요
“성신여대 캠퍼스타운 사업은 박물관과 지향하는 목표가 같다고 생각합니다. 성신여대 캠퍼스타운 사업 중 ‘오작교 프로젝트’에 박물관이 함께 참여하고 있습니다. 오작교 프로젝트는 성신여대가 강북구민에게 다양한 문화예술 콘텐츠를 제공하여 문화예술의 오작교의 역할을 하는 사업입니다. 올해는 캠퍼스타운사업단과 진행한 아트페어 ‘모두의 미술, 모두의 컬렉션’과 ‘박물관 문화콘텐츠 기획아카데미’를 함께 진행하였습니다. 캠퍼스타운 사업이 박물관의 문화콘텐츠의 다양한 확장을 시도하는 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앞으로의 계획 또는 목표가 있다면
“앞으로 우리 박물관은 지역 문화재단과 문화단체, 예술가들과 다양한 협업을 통한 전시와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고자 합니다. 또한 문화소외계층에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박물관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누구나 찾아오는 박물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설립일 : 1966년 9월
주요사업 : 소장품 관리 및 보존처리, 전시기획, 교육프로그램 운영 등
성과 : 매해 전시기획 2건, 교육프로그램 참여인원 1,000명 이상
jinho23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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