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의대 교수(사진)는 국내 언론과 최초로 한 인터뷰에서 비싼 세포치료제의 단가를 낮추는 열쇠로 ‘공정 자동화’를 꼽았다. 그는 2017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승인한 첫 번째 키메릭항원수용체 T세포(CAR-T) 치료제 ‘킴리아’를 개발해 암 치료의 판도를 바꾼 인물이다. CAR-T 치료제는 암세포만을 찾아 공격할 수 있도록 조작한 세포치료제다. 한 번의 투여로 대량의 암세포를 사멸할 수 있어 ‘꿈의 항암제’로 불린다.
CAR-T 치료는 환자의 세포를 추출해 약을 만든 뒤 다시 환자에게 주입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모든 과정은 고도로 숙련된 전문가의 수작업으로 이뤄지는데 이는 치료제 단가를 높이는 원인이다. 국내 기준 킴리아 가격은 약 3억6000만원이다. 준 교수는 “과거 기술자들이 수작업으로 생산하던 자동차를 이제는 로봇이 만드는 것처럼 세포치료제도 자동화 공정을 개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제조 공정 자동화는 저렴하게 치료제를 생산할 수 있을뿐 아니라 CAR-T 개발 속도를 높일 전망이다. 준 교수는 “치료 비용을 70% 정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기초연구부터 마케팅, 제조, 상업화가 더 빠른 속도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2일 기준 세계적으로 약 1300건의 CAR-T 치료제 임상이 진행되고 있다. 2010년 기준 3건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지난해 9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5조원 규모인 CAR-T 시장은 2032년 약 115조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연평균 성장률은 29.8% 수준이다. 지난해에는 미국 길리어드사이언스의 예스카타가 매출 10억달러를 넘겨 첫 블록버스터 CAR-T 치료제가 탄생하기도 했다.
준 교수는 “각각 세부 암종에 따라 서로 다른 CAR-T 치료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FDA 승인을 받은 CAR-T 치료제 6종은 모두 혈액암 치료제로 고형암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그는 세포 엔지니어링 기술이 발달하며 새로운 치료제가 빠르게 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례로 CAR-T 치료제의 재료를 T세포가 아닌 자연살해(NK)세포, 대식세포(M) 등 다른 면역세포로 바꿔 치료제 효과를 높이는 연구가 활발하다. 암뿐 아니라 관절염, 자가면역질환인 루푸스 등 다양한 질환으로 확대하려는 시도도 늘고 있다. 준 교수는 “향후 10년 안에 공정 자동화와 고형암 CAR-T 개발이 모두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소아암 환자를 대상으로 CAR-T 치료제를 우선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준 교수는 “소아 환자는 성인보다 화학요법 부작용이 크고 재발률도 높다”며 “성장발달이나 신경학적인 영향이 있어 더 치명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부작용이나 독성이 화학요법보다 적은 CAR-T 치료제가 언젠가 표준치료로 자리매김할 날이 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펜실베이니아=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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