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나라 얘기가 아니다. 한국의 제조업, 서비스업, 건설현장 등은 이미 외국인 근로자들이 없으면 지탱하기 어렵다. 세계 꼴찌 수준으로 떨어진 합계출산율(0.78명)의 그늘이다. 뉴욕타임스(NYT)가 최근 ‘한국은 소멸하는가’라는 칼럼을 게재한 건 결코 과장이 아니다. 경기 가평의 목동초등학교 명지분교의 전교생은 2명이다. 20여 년 전만 해도 300명이 넘던 학교다. 2022년 말엔 강원 화천의 이기자부대가 병력자원 감소로 해체됐다.
정부의 대응은 낙제에 가깝다. 무엇보다 외국인이 들어오기엔 문턱이 지나치게 높다. 산업현장의 수요에 턱없이 못 미치는 쿼터로 제한하는 데다 외국인에게 요구하는 학위 자격, 한국어 능력, 자격증 취득 여부 등 비자 발급 조건도 까다롭다. 힘들게 이런 요건을 갖춰도 비자 발급의 권한을 쥔 법무부는 이런저런 이유로 제동을 걸기 일쑤다. 42만 명에 이르는 불법 체류자 문제로 노이로제가 걸린 탓이다.
문지방을 낮추면 과연 외국인이 물밀듯이 밀려올까. 이런 기우는 착각에 불과하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국내 외국인 근로자의 주요 공급원인 아시아의 합계출산율은 2.3명(2015~2020년 평균)에서 2021년엔 1.9명으로 떨어졌다. 인구 유지선(2.1명) 밑으로 내려왔다는 뜻이다. 베트남은 1.7명 수준이다. 지구상에서 인구 유지선을 넘는 지역은 이제 아프리카 대륙 외엔 없다.
외국인 근로자는 소멸의 시간을 유예해줄 뿐이다. 궁극적으론 출산을 늘려야 해결될 일이다. 에드워드 기번, 시오노 나나미는 로마 멸망의 주요 원인으로 저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를 꼽았다. 노동력 부족으로 농업 생산량이 줄어들고, 병력 감소로 게르만 용병에게 의존하다가 몰락의 수순을 밟았다는 점에서다. 역사의 반복을 피할 수 있는 골든타임은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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