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자산운용사의 한 펀드매니저는 2일 “증권사 애널리스트에 대한 신뢰가 나날이 추락하고 있다”며 이같이 평가했다. 코스피지수 전망부터 주먹구구라는 게 이 펀드매니저의 지적이다.
대부분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올해 코스피 상단을 2700~2800으로 제시했다. 3000 이상 전망한 곳은 한 군데도 없다. 작년 말 지수(2655.28)를 고려하면 코스피 상승 여력을 5% 안팎으로 본 것이다. 그러면서도 해당 리서치센터의 반도체 애널리스트는 올해 반도체업종이 랠리를 펼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전망에 대해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30%가량을 차지하는 반도체가 오르면 코스피는 최소 3000선엔 근접해야 한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코스피와 반도체에 대한 전망은 공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증권사들이 이런 전망을 하는 것은 전망이 빗나갈 것이란 우려 때문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다른 증권사와 다른 전망을 했을 때 감수해야 할 리스크도 큰 부담이다. 리서치센터가 추천하는 종목에 삼성전자, 네이버 같은 우량 대형주가 매번 오르는 것도 비슷한 이유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자본시장 최전선에 있는 직종으로 불린다. 1차 정보를 가공해 증시의 방향을 제시하고, 기업 보고서를 통해 주가에 직접적 영향도 미치기 때문이다. 이들이 작성한 보고서는 펀드매니저, 영업사원 등 증권사 직원들이 투자 결정에 활용하는 핵심 자료였다.
2020년 전까지 이야기다. 최근 애널리스트는 신뢰보다 불신을 받고 있다. 증권사 내부에서도 보고서를 믿을 수 없다고 할 정도다. 열악해진 처우, 개인투자자들의 압박 등이 원인이다. 하지만 도전보다는 안정, 소신보다는 타협을 택하는 문화가 확산하고 있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리서치업계가 무너지고 있지만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유튜브, 텔레그램 등을 통해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범람하고 있다. 일부 인플루언서는 일확천금을 약속하며 개인투자자를 현혹하고 있다. 애널리스트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애널리스트 개인에게만 자성을 요구하는 건 올바른 해법이 아니다. 증권사들도 리서치 기능 정상화에 힘써야 한다. 고객에게 양질의 투자 정보를 제공할 책임을 다해야 한다. 금융당국도 ‘매수 리포트’ 일색의 관행을 개선하라는 식의 단순 처방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애널리스트의 전문성과 전투력을 회복하기 위해 업계 전체가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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