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스프링클러 없었다…연이은 노후 아파트 화재 '공포'

입력 2024-01-02 18:26   수정 2024-01-03 01:13


연말연시 아파트 화재로 인한 사망자가 잇따르는 가운데 지난해 아파트 화재 사고가 최근 5년 중 가장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 화재의 절반은 담배꽁초, 주방 조리기구 사용 부주의 등 입주민의 과실 탓에 발생한 사고였다. 스프링클러가 없는 데다 주차난으로 소방차 진입마저 쉽지 않은 구축 아파트 화재가 빈번해 관련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3년 아파트 화재 2993건으로 최다
2일 경기 군포시 산본동의 한 아파트 9층에서 불이 나 50대 남성 안모씨가 집에서 숨지고 주민 14명이 연기를 마시는 등의 피해를 봤다. 안씨는 거동이 불편해 미처 탈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50대 부인과 손녀 등은 집을 빠져나왔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방화 혐의점은 없다고 보고 발화 원인을 파악 중이다.

군포소방서는 오전 7시15분 화재 신고를 접수하고 7시22분 현장에 도착했다. 소방은 펌프차 등 장비 47대와 인력 114명을 동원해 화재 발생 후 1시간 만에 불길을 잡았다. 입주민 상당수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으로 부상자 대부분이 60대 이상이다. 소방당국은 사고가 난 아파트 바로 옆 동 빈집 세 곳을 임시 거처로 활용해 주민들이 거주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올겨울 들어 아파트 화재로 인한 인명 피해가 유독 도드라진다. 크리스마스인 지난달 25일에는 서울 방학동 23층짜리 아파트 3층에서 불이 나 30대 남성 2명이 숨지고 30명이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지난달 29일에는 수원시 권선구의 한 15층짜리 아파트 7층에서 불이 나 주민 30여 명이 긴급 대피했고 같은 달 27일에는 수원시 영통구의 20층짜리 아파트 16층에서 불이 나 1명이 다치고 30여 명이 대피했다.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해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는 2993건으로 2022년(2759건) 대비 8.4% 증가했다. 최근 5년간 가장 많은 수치다.
구축·신축·고층 등 맞춤 대피법 숙지해야
아파트 화재는 2021년 최저점을 찍은 후 다시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스프링클러가 없는 노후 아파트가 많은 가운데 재개발을 통해 신규 아파트 공급이 늘면서 공동주택 화재 건수가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아파트 화재 원인 중 ‘부주의’가 1395건(46.6%)을 차지했다. 이 중 부엌(음식물 조리)에서 발생한 화재가 935건으로 가장 많았고 담배꽁초(296건)가 두 번째였다. 과전류 등 전기적 요인(979건)과 기기 과열 등 기계적 요인(186건) 등이 뒤를 이었다.

소방 관계자는 “아파트 화재 대부분은 부주의로 발생하고 있다”며 “스프링클러만 정상적으로 작동하면 불길이 크게 번지지 않는데 피해가 큰 화재의 상당수가 시설이 미비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이날 화재가 발생한 15층 아파트도 스프링클러가 없었다.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법상 설치 의무는 2004년까지는 16층 이상, 2005년부터는 11층 이상으로 확대됐고 2018년부터 6층 이상 건물로 강화됐다. 1993년 사용 승인된 군포시 아파트는 설치 의무가 없다.

고층 아파트가 늘면서 인명 피해도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망자와 부상자를 합한 인명 피해는 지난해 405명으로 2022년(336명) 대비 20.5% 늘었다. 재산 피해는 최근 5년간 577억6282만원에 달한다.

채진 목원대 소방안전학과 교수는 “거주 형태와 건축 구조 등이 계속 발전하는데 화재 대피 요령은 과거에 머물러 있다”며 “소방당국은 초고층 건물 등 다양한 건축 구조에 맞는 대피법을 적극 홍보하고 입주민도 이를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장강호/최해련 기자 callm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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