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 아파트 화재로 인한 사망자가 잇따르는 가운데 지난해 아파트 화재 사고가 최근 5년 중 가장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 화재의 절반은 담배꽁초, 주방 조리기구 사용 부주의 등 입주민의 과실 탓에 발생한 사고였다. 스프링클러가 없는 데다 주차난으로 소방차 진입마저 쉽지 않은 구축 아파트 화재가 빈번해 관련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군포소방서는 오전 7시15분 화재 신고를 접수하고 7시22분 현장에 도착했다. 소방은 펌프차 등 장비 47대와 인력 114명을 동원해 화재 발생 후 1시간 만에 불길을 잡았다. 입주민 상당수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으로 부상자 대부분이 60대 이상이다. 소방당국은 사고가 난 아파트 바로 옆 동 빈집 세 곳을 임시 거처로 활용해 주민들이 거주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올겨울 들어 아파트 화재로 인한 인명 피해가 유독 도드라진다. 크리스마스인 지난달 25일에는 서울 방학동 23층짜리 아파트 3층에서 불이 나 30대 남성 2명이 숨지고 30명이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지난달 29일에는 수원시 권선구의 한 15층짜리 아파트 7층에서 불이 나 주민 30여 명이 긴급 대피했고 같은 달 27일에는 수원시 영통구의 20층짜리 아파트 16층에서 불이 나 1명이 다치고 30여 명이 대피했다.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해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는 2993건으로 2022년(2759건) 대비 8.4% 증가했다. 최근 5년간 가장 많은 수치다.
소방 관계자는 “아파트 화재 대부분은 부주의로 발생하고 있다”며 “스프링클러만 정상적으로 작동하면 불길이 크게 번지지 않는데 피해가 큰 화재의 상당수가 시설이 미비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이날 화재가 발생한 15층 아파트도 스프링클러가 없었다.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법상 설치 의무는 2004년까지는 16층 이상, 2005년부터는 11층 이상으로 확대됐고 2018년부터 6층 이상 건물로 강화됐다. 1993년 사용 승인된 군포시 아파트는 설치 의무가 없다.
고층 아파트가 늘면서 인명 피해도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망자와 부상자를 합한 인명 피해는 지난해 405명으로 2022년(336명) 대비 20.5% 늘었다. 재산 피해는 최근 5년간 577억6282만원에 달한다.
채진 목원대 소방안전학과 교수는 “거주 형태와 건축 구조 등이 계속 발전하는데 화재 대피 요령은 과거에 머물러 있다”며 “소방당국은 초고층 건물 등 다양한 건축 구조에 맞는 대피법을 적극 홍보하고 입주민도 이를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장강호/최해련 기자 callm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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