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선행기술원이 연구하는 ‘임베디드(내장형) AI’는 이런 미래를 가능하게 할 원천기술이다. 자동차와 항공기, 선박, 로봇 등 다양한 모빌리티 기기(디바이스)에 범용 AI를 심는 것이 핵심이다. 자동차에 적용하면 외부 서버나 클라우드에 연결하지 않고도 차에 내장된 AI가 자체적으로 운전자의 습관과 주행 환경 등을 학습하고 스스로 새로운 정보를 탐색하며 자율주행, 자동 주차, 전력 소모 최적화 등을 가능하게 해준다.
임베디드 AI 프로젝트를 이끄는 전병욱 현대차 선행기술원 연구위원은 “AI가 인간의 삶에 진정 도움이 되려면 디바이스 특히 자동차, 로봇 같은 모빌리티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며 “움직이는 모든 수단에 AI를 내재화해 똑똑하게 만들 수 있다면 현대차가 꿈꾸는 ‘인류를 위한 진보’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에 AI를 집어넣으려면 모델 경량화가 필수다. AI의 성능은 유지하면서 불필요한 변수는 걷어내는 것이다. 외부 서버에 의존하는 초거대 AI 모델이 수천억 개의 매개변수를 쏟아부어 결과값을 도출하는 것과 달리 기기 속 AI는 제한된 환경에서 전력 소모를 최소화하며 고도의 연산 처리를 실시간으로 해내야 한다.
여기서 핵심이 AI 반도체다. 현대차는 선행기술원을 통해 모빌리티에 특화한 AI 반도체 개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 AMD 등이 출시한 AI용 그래픽처리장치(GPU)와는 다른 모빌리티 전용 AI 반도체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미국 양자컴퓨터업체 아이온큐와 손잡고 ‘퀀텀(양자) 클라우드’ 시대에도 대비하고 있다. 전 연구위원은 “온디바이스 AI도 알고리즘이나 매개변수를 최신화하려면 비정기적으로 클라우드와의 연결이 필요하다”며 “슈퍼컴퓨터 대비 연산 처리가 1000만 배 빠른 양자컴퓨터로 클라우드 환경을 구축하면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했다.
현대차가 그리는 ‘모빌리티 임베디드 AI’의 청사진은 자동차를 아득히 넘어선다. 비봇처럼 일상을 보조하는 로봇이나 노약자 돌봄에 특화한 로봇, 우주 탐사 로버에도 현대차의 AI 기술을 심을 수 있다. 정동훈 선행기술원 책임연구원은 “임베디드 AI를 플랫폼 기술로 발전시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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