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석 달 동안 자본시장과 관련해 쏟아낸 정책이다. 공매도와 양도세 등 일부 정책은 주무 부처의 반대에도 밀어붙였다. 총선을 앞두고 1400만 개미(개인투자자)를 우군으로 확보하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가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통령실이 개인투자자 투자 환경 개선 논의에 착수한 것은 작년 10월이다. 당시 금융감독원은 BNP파리바와 HSBC 등 글로벌 투자은행(IB) 두 곳의 고의적인 불법 무차입 공매도 행위를 적발했다.
그러자 윤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공매도는 물론 자본시장 전반과 관련한 제도 개선에 착수할 것을 주문했다. 대통령실은 우선 공매도를 제도 개선 때까지 한시적으로 금지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금융위원회가 해외 투자자 이탈 등의 부작용을 이유로 반대했지만 결국 올해 6월까지 공매도가 금지됐다.
이후 대통령실은 대주주 양도세를 완화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10억원인 종목당 보유액 기준을 50억원가량으로 올리는 게 골자였다. 기획재정부는 “연말 예산안 협의를 앞두고 여야 합의를 깨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난색을 보였다. 여야는 2022년 말 금투세 시행을 2025년부터로 2년 유예하는 대신 대주주 양도세는 현행을 유지하기로 했다.
부처 간 이견은 지난달 15일 윤 대통령이 네덜란드 국빈방문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이후 정부는 시행령 입법예고와 법제처 심사, 국무회의 의결, 공포·시행 등 절차를 단 6일 만에 마무리지었다.
윤 대통령이 공매도 금지와 양도세 완화에 이어 이번엔 금투세 폐지와 상법 개정을 약속하자 개미들은 환호했다. 반면 자본시장 정책이 면밀한 분석과 논의 없이 지나치게 인기영합주의로 흘러가는 데 대한 우려도 나온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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