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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무력 충돌이 장기전 양상으로 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은 날로 격화 중이다. 세계적으로 정치적 분열과 경제적 양극화는 상수가 되고 있다.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을 거쳐 민주당 정부 국무위원으로 일한 척 헤이글 전 국방장관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분열의 시대일수록 화해와 통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새해에도 대화와 협력이 발붙이기 쉽지 않아 신냉전 구도와 양극화는 심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헤이글 전 장관은 “가자지구 충돌이 중동전쟁으로 확전할 공산이 크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아시아를 불바다로 만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은 재앙이 될 것”으로 우려했다.
▷이스라엘·하마스 간 무력 충돌이 중동전쟁으로 확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까.
“그럴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그런 징후를 보이고 있습니다. 홍해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이란은 아랍의 많은 테러단체를 지원합니다. 현재 이스라엘 가자지구와 서안지구뿐 아니라 시리아와 이라크, 레바논 등이 곤경에 처해 있습니다. 이런 상황은 세계를 위험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습니다. 석유 매장량이 많은 중동에서 대규모 전쟁이 일어나면 세계 경제가 타격을 받습니다.”
▷미국이 중동전쟁을 막을 수는 없습니까.
“안타깝게도 미국은 매우 분열돼 있습니다. 경제적으로는 양극화돼 있습니다. 수년간 의회에서 정식 예산안조차 통과시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 정부는 기능 장애를 겪고 있습니다. 동맹국들은 미국과의 관계에 의심을 품게 됩니다. 적대국들은 미국의 약점을 이용하고 미국의 양극화를 악용합니다.”
▷정치 분열로 미국은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을 추가 지원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맞습니다. 올해 미국 대선 때문에 미국이 이스라엘을 계속 지원하기는 힘들다고 봅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미국 건국자들의 의도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들은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하는 분권형 정부를 이상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도 초당적인 노력이 있으면 가능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권위주의 정부가 유일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집니다. 한 정당과 한 사람이 모든 결정을 내리는 겁니다. 대다수 미국인은 권위주의 정부를 원하지 않을 겁니다.”
▷권위주의 정부 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떠오릅니다. 그가 올해 재선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
“트럼프가 재집권하면 미국에 재앙이 될 겁니다.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들이 매우 어려운 시기를 맞이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 외교 분야에서 그렇습니다. 재임 기간에 여실히 보여줬습니다. 그는 주한미군을 철수해야 한다며 한국을 위협했습니다. 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해체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매우 위험하고 무책임한 발언입니다. 동맹 간 신뢰 관계의 근간을 뒤흔드는 얘기입니다. 그가 재선된다면 동맹국들은 더 이상 미국을 믿지 못할 겁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김정은과의 친분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김정은은 계속 장난을 치고 있습니다. 미국과 한국, 일본을 곤경에 빠뜨리고 있습니다. 동시에 중국, 러시아와도 작은 기싸움을 하는 중입니다. 김정은은 매우 무책임하고 위험하기 때문에 우리는 그를 신중하게 관리해야 합니다. 그가 중심을 잃으면 아주 쉽게 아시아를 불바다로 만들 수 있습니다. 그걸 방지하기 위해 가능성이 낮더라도 북한에 새로운 지도자가 나오길 바랍니다. 새로운 지도자가 한국과 화해의 길로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실제 주한미군을 철수시킬까요.
“미국이 대통령중심제 국가라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대통령은 의회의 견제를 받습니다. 이 때문에 트럼프가 주한미군을 철수하겠다고 해도 의회에서 통과되지 못할 겁니다. 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지 않는 한 그건 불가능한 일입니다. 트럼프는 재임 당시 NATO에 회의적이었지만 의회가 트럼프의 시도를 막았습니다.”
▷중국의 군사력은 어떻게 평가하나요.
“중국은 매년 군비를 늘리고 있습니다. 우주선도 발사하고 있습니다. 특히 북극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매우 중요한 신호입니다. 북극이 세계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을 누구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인구가 많고 자원도 풍부합니다. 미국은 중국에 현명하게 대처해야 합니다. 미국은 동맹국들과 함께 중국을 상대해야 합니다.”
■ 척 헤이글 前 장관은
척 헤이글 전 미국 국방장관은 1946년 네브래스카주에서 독일계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23세 때 군에 입대해 베트남전에 참전했다. 전역 후 네브래스카주립대에서 역사학을 전공했다.
그는 1996년 공화당 소속으로 네브래스카주에서 연방 상원의원으로 당선됐다. 2002년 재선에 성공했다. 상원의원 시절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할 때 미·북 관계 개선을 위해 “북한과 직접 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이라크 정책과 이란 경제 제재에 반대했다.
이런 경력 덕에 버락 오바마 행정부 2기 때인 2013년 초 국방장관으로 발탁됐다. 이슬람 급진주의 세력인 이슬람국가(IS) 격퇴 작전 등을 놓고 오바마와 갈등을 빚은 뒤 2014년 11월 사퇴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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